뉴욕타임스는 8일 도널드 트럼프, 벤 카슨, 칼리 피오리나 등 공화당 후보는 물론이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사실과 다른 얘기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멕시코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부터 경쟁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에 대한 비난까지 트럼프는 내놓는 발언 중 40%나 사실과 다르다. 특히 미국ㆍ멕시코 국경에 멕시코가 비용을 대는 거대 장벽을 구축하겠다는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어 반박할 방법조차 마땅치 않다고 개탄했다.
피오리나 후보는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 시절부터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다. 2000년 HP가 디즈니 요청으로 ‘주파 발진기’를 개발했고 월트 디즈니가 첫 번째 고객이었다고 말했으나, 월트 디즈니는 1호 손님이 아닌 건 물론이고 ‘주파 발진기’ 역시 이미 존재했던 제품이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의 카슨 후보는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로부터 전액 장학금조건으로 입학을 제안 받았다고 말했다가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한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학창 시절 급우폭행 주장도 목격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CNN은 “카슨의 절친한 학교 친구들을 모두 인터뷰했으나 관련 증언이 나오지 않았고, 카슨은 ‘현장에 있던 친구가 나중에 나의 친척이 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조부모가 이민자라고 밝혔지만, 그의 조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메일 파동 당시 이메일을 읽을 때 오직 한가지 기기만을 사용한다고 발언했지만 실제로는 아이패드 등 여러 기기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각하기에 따라 사소한 거짓말일 수도 있으나, 심각한 것은 거짓말이 들통나도 과거와 달리 인정하는 대신 해당 언론사가 자신에게만 편파적이라는 식으로 역공을 취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8일 CNBC 토론회에서 ‘페이스북 창업자의 사설 의원’이라고 루비오 의원을 공격한 것에 대해 진행자가 질문하자, 두 번이나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또 즉석에서 진행자의 사과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문제 발언은 사실이며, 트럼프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버젓이 걸려 있다.
카슨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짓말하지 말라”며 훈계까지 하고 나섰으며, 피오리나 역시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모호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대선 후보들의 행태에 대해 갈수록 뻔뻔해지는 정치풍토에서 찾고 있다. 이 신문은 조 바이든, 게리 하트 후보가 표절이나 성추문이 드러나자마자 사퇴했던 것처럼 30년 전만해도 진실이 중요했으나, 요즘에는 치부가 드러나도 다양한 ‘물타기’로 버티는 게 미국 정치인들의 대응 방식이 됐다고 개탄했다. 또 이런 변화의 시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1992년 대선 당시 클린턴 후보는 제니퍼 플라워스라는 여성과의 혼외 정사 사실이 폭로되자 강력 부인했으나, 당선된 뒤에는 법정 진술에서 이를 시인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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