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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vs 제약사, 의약품 6개월 내 결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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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vs 제약사, 의약품 6개월 내 결제 대립

입력
2015.11.0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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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내 의약품 대금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둘러싸고 병원과 제약회사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제약사들은 조속한 도입을 서두르는 반면 병원들은 사적 계약을 강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8일 정부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병원이 구입한 의약품 대금을 6개월 이내에 제약사에 의무 결제하고 이 기한을 넘기면 최대 연 20% 이자를 지급하는 내용의 약사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말 법사위 제 2 소위에서 의결됐다. 이후 법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식으로 법제화된다. 시행은 병원들의 준비를 위해 2년간 유예된다.

이 법이 마련된 이유는 약품을 구입하고도 약값 결제를 미룬 병원들의 소위 ‘갑질’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한국의약품도매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종합병원 33곳에 도매상이 의약품을 납품한 뒤 돈을 받을 때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7.3개월이다. 33곳 중 17곳은 대금 지급에 7개월 이상을 끌었고 일부는 1년7개월이 지나서야 약값을 지급했다.

제약업계는 이 같은 늑장 결제 때문에 해마다 약 1,000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는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제약 도매상들은 병원에서 약품비를 받지 못해도 제품 구입한 곳에 60일 이내대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011년 이후 도매상 70여곳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며 “국회에서 조속한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제약업계는 병원들의 약값 늑장 지급이 영리 추구 때문으로 보고 있다. 병원은 환자에게 처방한 약값을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15~40일 사이에 받는다. 병원들이 이렇게 받은 약값을 공급업체에 늦게 지급하면서 그 사이 이자 수입 등을 합쳐 인건비 등 운영비로 활용한다는 것이 제약업계 추정이다.

이에 대해 병원들은 약값 지급을 늦춘 것에 대해 꼭 이익 추구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병원들의 경영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일부 대금지급 지연은 근본적인 저수가 아래서 의료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진료로 얻은 수입은 적은데 일정 수준 의료의 질을 유지하려면 대금 지급을 미룰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병원들은 의약품 대금 지급 의무화가 오히려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반박한다. 병원과 제약사간 사적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성명을 내고 “법으로 대금지급일을 강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소지는 물론 공공 의료기관 등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세금이 일부 들어가는 의약품 대금을 100% 사적 거래 대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많다. 따라서 제약업계는 뿌리깊은 갑을 관행을 법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병원에 약을 공급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어 울며 겨자먹기로 병원의 늑장 결제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표적 갑을 관행이니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우월적 지위 운운은 지나친 주장이라는 시각이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거래 관계에서 지나치게 높은 이익을 남기는 것도 아닌데 우월적 지위 운운은 과장”이라며 “정부가 병원과 도매업계 간 자율중재를 우선 실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국내 한 중견제약사의 의약품 생산시설 내부. 직원들이 약을 담는 용기를 세척하고 있다.
국내 한 중견제약사의 의약품 생산시설 내부. 직원들이 약을 담는 용기를 세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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