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새누리당 입당원서 직업란에 적은 ‘행정사’ 자격을 무시험으로 취득한 전ㆍ현직 공무원이 최근 3년간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3년과 지난해 행정사 합격자 15만4,519명 가운데 99.6%인 15만3,893명은 전ㆍ현직 공무원이었다. 이들은 1ㆍ2차 시험 모두 면제돼 응시원서만 내고 행정사 자격을 땄다. 또 합격자 294명은 시험의 일부를 면제 받은 공무원들이어서 전체 합격자의 99.8%인 15만4,187명이 공무원 경력으로 시험을 일부 또는 전부 면제 받은 셈이다.
반면 1ㆍ2차 시험을 모두 치른 일반인은 2013년 1만 1,710명이 응시해 296명만이 합격했고, 2014년에는 3,561명이 지원해 330명이 합격했다. 올해 시험에서는 공무원 응시자가 줄긴 했으나 여전히 5만명 이상이 공무원 경력으로 무시험 합격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를 작성해주거나 관련 서류의 번역, 인허가 및 면허 행정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자격이다. 2010년까지는 별도 자격시험 없이 10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에게만 주어졌지만 2010년 헌법재판소가 “행정사 업무를 공무원이 독점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2011년 관련법을 개정했고, 지난 2013년부터는 일반인도 시험을 통해 행정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하지만 법이 바뀐 뒤에도 공무원에겐 시험을 면제해 주고 있어 형평성 논란은 여전하다. 법률상 2011년 3월8일 이전 임용 공무원은 경력이 10년 이상(6급 이상 5년)이면 1ㆍ2차 시험이 모두 면제된다. 이 때문에 일반 응시자들이 경력 공무원 시험 면제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까지 낸 상황이다.
행정사의 업무가 비교적 단순한 데다 정보화 진전으로 행정사 수요도 줄어들어 개업한 행정사들이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100만∼15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피아’ 논란에 퇴직 후 공무원의 재취업 문이 더욱 좁아진데다 반복되는 연금개혁 논의 등으로 ‘행정사라도 따놓자’는 공무원이 많은 것으로 행자부는 분석했다. 또 법무법인 등이 행정사 자격이 있는 퇴직 공무원을 민간과 정부부처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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