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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으로 상생의 문화를 집다

입력
2015.1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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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젓가락경연대회 지역예선에서 한 가족 팀이 젓가락으로 검은 콩을 집어 유리병으로 옮기고 있다. 청주 동아시아문화도시 조직위 제공
지난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젓가락경연대회 지역예선에서 한 가족 팀이 젓가락으로 검은 콩을 집어 유리병으로 옮기고 있다. 청주 동아시아문화도시 조직위 제공

청주서 세계 첫 젓가락페스티벌

젓가락의 날 선포. 젓가락신동 선발

한중일 진기명기 젓가락 1,000점 한자리에

젓가락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도 추진

해외 매체“생명과 나눔의 문화도구”주목

젓가락은 주로 동양에서 사용된다. 특히 한ㆍ중ㆍ일 동아시아 3국 사람들은 예로부터 두드러지게 젓가락을 써 왔다.

가늘고 긴 두 개의 막대기로 작은 음식을 집는 모습에 서양인들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펄 벅은 “한국인의 젓가락질은 밥상 위의 서커스를 보는 것처럼 신기하다”고 했다.

이런 젓가락을 주제로 한 세계인의 축제가 펼쳐진다. 10일 충북 청주에서 막을 올리는 ‘젓가락페스티벌-2015청주’가 무대다. 전시 학술회의 체험행사로 가득한 축제는 청주예술의 전당과 청주백제유물전시관 일원에서 12월 17일까지 37일 동안 이어진다.

젓가락페스티벌은 한ㆍ중ㆍ일 3국이 문화교류를 위해 공동 추진하는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올해 한국의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청주시는 3국의 공통 문화원형인 젓가락을 테마로 잡아 축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페스티벌을 제안한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장은 “한중일 3국이 문화로 하나되는 가장 완벽한 콘텐츠가 젓가락”이라며 “젓가락을 통해 3국이 문화적 동질성과 다양성을 교감하면서 새로운 상생의 미래를 열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11월 11일은 ‘젓가락 데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11월 11일 열리는 젓가락 날 선포식이다. 이날 동아시아문화도시인 청주시, 중국 칭다오시, 일본 니가타시와 세계젓가락문화협회, 각국의 젓가락 문화단체 등이 오전 11시를 기해 ‘11월 11일은 세계 젓가락의 날’이라고 국제 사회에 알린다. 이를 기념해 그랜드피아노 11대가 동시에 연주되고 한ㆍ중ㆍ일 3국 공연단이 화려한 젓가락 장단을 선보인다. 또한 3국의 대표 장인이 손수 제작한 젓가락을 자국의 문화도시 대표에게 각각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뒤따른다. 한ㆍ중ㆍ일 대표 젓가락 음식인 국수 짜장면 우동을 파는 푸드트럭도 운행한다.

젓가락질 도사를 뽑는 경연대회도 열린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경기는 취학 전 아동들이 참가하는 ‘젓가락신동 선발대회’다. 시합은 접시에 담긴 좁쌀 콩 등 곡물을 젓가락으로 유리병에 옮겨 담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1위를 한 어린이에게는 금젓가락을 부상으로 수여한다. 전국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참가 신청한 2,000여명 가운데 지역별 예선을 거친 150명이 이날 본선 경연을 벌인다.

8명이 한 팀이 돼 릴레이로 경합하는 단체전도 열린다. 마을회, 가족, 기업 등 100여 팀이 참가 신청을 했다.

번외 경기로 외국 관람객들이 참가하는 외국인전, 젓가락 높이쌓기 대회 등이 진행된다.

일본 오바마시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기념품으로 전달한 젓가락.
일본 오바마시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기념품으로 전달한 젓가락.

당나라ㆍ아스카 시대 젓가락은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 젓가락 특별전에서는 한ㆍ중ㆍ일의 진기 명기 젓가락 1,00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금과 보석으로 장식한 1억원짜리 흑단나무 젓가락, 길이가 1m나 되는 초대형 젓가락, 일본 오바마시가 이름이 같은 인연으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선물한 젓가락 등 진귀하고 사연이 있는 젓가락들을 선뵌다.

씨앗이 젓가락을 타고 자라도록 고안한 씨앗젓가락을 비롯해 붓젓가락, 호드기젓가락, 한글디자인젓가락 등 창작 작품들도 소개한다.

유물 젓가락으로는 중국 당나라 때의 청동젓가락과 은젓가락, 청나라 나전장식칼젓가락, 상아뼈젓가락 등이 눈에 띈다. 일본에서는 아스카 시대의 젓가락과 18세기 골제젓가락을 내놨다. 한국은 백제 무녕왕릉에서 나온 수저의 사진과 고려ㆍ조선시대에 출토된 수저들을 전시한다.

특별 전시관 한 켠에선 관람객이 스스로 전통 젓가락을 만들어보는 시연ㆍ체험행사가 이어진다. 한국 코너는 전통방짜 유기수저의 제작과정을 시연하고 분디나무(산초나무)젓가락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국코너에선 대나무 젓가락 만들기, 일본 코너에선 전통 와카사누리 제작 시연과 체험행사가 열린다. 3국의 국수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도 꾸며 놓았다.

1억원을 호가하는 일본산 흑단나무 젓가락. 윗부분이 진귀한 보석으로 장식됐다.
1억원을 호가하는 일본산 흑단나무 젓가락. 윗부분이 진귀한 보석으로 장식됐다.

문화산업으로 진화하는 젓가락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미래혁명>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시대를 지배한다’고 썼다. 젓가락이 두뇌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학술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젓가락의 우수성과 미래 가치를 집중 조명한다. 3국 전문가들이 모여 젓가락 산업화ㆍ세계화 전략을 논의한다. 젓가락질이 두뇌 발달에 미치는 과학적 근거 등도 발표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문화계의 거목인 이어령 소장이 기조강연에서 젓가락의 기원과 역사, 철학 등을 들려준다. 사재를 털어 1998년 세계젓가락문화협회를 설립한 우라타니 효우고 회장, 국내 최초 젓가락갤러리 ‘저집’을 만든 박연옥 대표 등은 젓가락 산업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번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 더 뜨겁다. 짝으로 이뤄진 젓가락에 담긴 상생문화, 배려문화에 세계인이 주목한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축제에는 한ㆍ중ㆍ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미얀마, 대만 등 세계젓가락문화협회의 7개국 임원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해외 매체들도 취재에 나선다. 중국CCTV, 일본NHK는 물론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까지 청주에 온다. 청주시는 영국 BBC, 미국 CNN과도 접촉하고 있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조직위원장인 이승훈 청주시장은 “젓가락에 담긴 생명문화와 공동체적 가치를 통해 동아시아가 문화로 하나되지는 취지로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했다”며 “3국이 공동으로 젓가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젓가락문화박물관과 젓가락마을을 만들고 세계인의 눈길을 끄는 젓가락 문화상품도 다양하게 개발해 청주를 젓가락의 성지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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