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 신청 매일 6,000~7,000건 수준 진정세
본 게임은 내년 2월부터… 은행들 고객잡기 안간힘
금융권 지각변동의 신호탄으로 주목 받았던 은행권 계좌이동제가 시행 일주일을 넘기면서 비교적 순조롭게 정착돼가는 분위기다. 시행 첫 날의 화끈한 관심은 시간이 지나며 다소 잦아들고 있지만 고객들의 ‘변심’ 가능성을 확인한 은행들은 내년 전면확대 시행을 앞두고 치열한 ‘집토끼 지키기’ 경쟁에 힘을 쏟고 있다.
8일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시행 첫날이었던 지난달 30일 총 18만3,570건에 달했던 페이인포(자동이체통합관리시스템) 접속자 수는 둘째날인 2일, 첫날의 6분의 1 수준인 2만9,467건으로 크게 줄었다. 은행들을 긴장시킨 첫날의 계좌이체 해지(5만6,701건)와 변경(2만3,047건) 신청건수도 하루 만에 각각 4만3,000여건, 1만1,500여건씩 감소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계좌이동(계좌이체 변경) 신청 건수가 첫날보다 줄긴 했지만, 하루 6,000~7,000건 가량을 유지하며 연착륙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섯번째 영업일이었던 지난 6일에는 약 7,000건의 계좌이동 신청이 접수됐다.
은행 간에는 미묘하게 희비가 갈렸다. 시행 후 2일간 신한은행에는 약 1,300명, 우리은행 800명, KEB하나은행 500명, 기업은행 200명의 고객이 순유입된 반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고객수가 소폭 감소했다.
은행들은 자세한 이동 통계를 공개하기 꺼리면서도 아직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흔히 말해 ‘돈 되는 고객’들은 아직 활발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선 초반 며칠 실적보다 장기적인 흐름이 중요하며 특히 계좌이동제가 확대 시행되는 내년부터를 진정한 경쟁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2월부터는 현재 온라인으로만 가능한 계좌이동 신청이 은행창구 등에서 가능해지며 자동이체 대상도 개인연금, 월세 등으로 확대된다.
다만 일주일간 고객들의 변심 가능성을 확인한 은행들은 속속 예방차원의 대비를 늘리고 있다. 일부 은행에선 영업점 경영평가에 신규고객 유치실적을 반영하는가 하면 저마다 이벤트나 신상품 출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2월18일까지 아반테·스파크 등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를 실시 중이고 KEB하나은행은 지난 일주일 새 3개 관련 상품을 새로 출시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좌이동이 쉬워진 만큼 은행의 리스크에 대한 고객의 민감도가 커져 은행들 스스로 평판 관리에도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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