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보고서 “자동차 상당 기간 영향 없어…섬유 수출 증대 예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발효되더라도 자동차 등 우리 주요 수출 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나 취약 산업인 농산물 일부 품목은 개방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가 TPP에 추후 가입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TPP 상품분야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이 일본에 공산품을 개방한 내용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준 보다 높지 않다”며 “각 국가가 민감한 분야에서 (관세) 장기철폐, 저율관세할당(TRQ) 등 매우 보수적 양허 형태를 채택했다”고 평가했다. 또 연구원은 “양허(개방) 및 원산지 조항이 나라별로 다르고 매우 복잡해 우리가 참여 여부를 결정할 때 면밀하고 주의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는 상당기간 우리 수출에 영향이 없고 섬유 및 의류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이 수출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농축산물은 일본이 무관세 쿼터를 통해 쌀 시장을 일부 개방한 점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시장개방 나라별로 다르고 복잡해 면밀히 따져봐야
미국 등 7개국은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고 일본, 캐나다 등 5개국은 일부 품목을 관세 철폐에서 제외했다. 공산품은 호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이 100% 관세를 철폐했다.
하지만 참여국의 관세 철폐 일정을 보면 나라별로 별도 카테고리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국가별로 민감한 품목은 관세 철폐 내용이 다르다. 미국은 준중형 승용차(관세 2.5%)를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에 즉시 철폐하지만 일본(25년), 말레이시아(10년), 베트남(10년), 뉴질랜드(10년) 등에는 철폐 기간을 달리했다.
농축산물, 일본의 쌀 부분 개방 한국에도 영향 줄듯
일본은 농산물 81.0%(품목 수 기준)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하고 그외 품목은 TRQ, 계절관세, 세이프가드 등 다양한 형태로 보호했다.
우리가 주의 깊게 볼 대목은 쌀이다. 일본은 미국과 호주에 일정 물량을 관세 없이 들여 오게 한 ‘무관세 쿼터’를 허용하며 일부 개방했다. 미국에는 발효 1년차에 5만 톤이던 물량을 13년차에 7만톤으로 늘린다. 호주도 발효 13년 차에 8,400톤까지 무관세로 수출한다.
우리는 한미 FTA에서 쌀 관련 16개 품목을 양허에서 제외했다. 미국 호주 등 주요 쌀 생산국의 개방압력에 일본이 관세를 전면적으로 없애는 대신 TRQ 물량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축산물(쇠고기, 돼지고기)은 TPP가 한미 FTA보다 개방 수준이 낮다. 쇠고기(냉장·냉동)의 경우 우리는 관세(40%)를 15년에 걸쳐 모두 없애지만 일본은 관세(39.8%)를 부분 감축한다. 포도, 배 등 신선 과일이나 마늘, 양파 등 양념채소류는 한미 FTA보다 높은 수준으로 양허가 이뤄졌다. 보고서는 “우리가 TPP에 참여할 경우 일본의 농축수산물 개방 수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세부 품목별로 양허 현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완성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당장 영향 없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 기간을 미국(25년)과 캐나다(5년)는 매우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미국은 2.5% 관세를 협정 발효 뒤 14년간 유지하고, 이후 2.25%(15년차), 1.25%(20년차), 0.5%(22년차), 0%(25년차)로 차례로 낮춰가게 된다. 캐나다도 일본산 자동차 관세(6.1%)를 5.5%(발효일), 5.0%(2년차), 2.5%(3년차), 2.0%(4년차), 0%(5년차)로 철폐해 나간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양자 FTA에 따라 2016년 1월1일부터 미국, 2017년 1월1일부터 캐나다 시장에서 관세가 사라진다. 따라서, TPP가 2017년에 발효된다고 하더라도 상당기간 TPP는 우리의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부품도 미국이 일본산에 대해 87.4%(품목 수 기준)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지만 베어링, 기어박스, 섀시 등 주요 부품에 대한 관세는 10년 이상 장기 철폐로 설정했다. 미국은 한국에도 베어링 등 한국산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해 10년 장기 철폐를 설정했으나 이미 발효된 상태라 관세 인하가 일정 수준 이뤄졌고, 기어나 섀시 등 일부 자동차 부품에는 이미 관세가 사라졌다.
보고서는 “일부 일본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미국 측 관세가 철폐되면 이를 사용하는 미국 진출 일본 완성차 기업은 생산비 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하지만 완성자동차 기업의 부품 조달이 대부분 계열화된 점을 감안하면 (현지 기업이) 이미 무관세를 적용받는 한국산에서 일본산 부품으로 조달선을 변경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섬유 및 의류 수출 늘 것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높은 미국의 섬유 및 의류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우리 기업의 섬유제품이 수출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또 TPP에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하는 주요 섬유 제품의 관세철폐 기간을 11년이나 13년의 장기로 설정했다. 하지만 애초 관세율 자체가 상당히 높아 인하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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