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도 사회변화 이끄는 실사구시 정신 절실”
최근 대통령 정무특보 직을 내려놓은 김재원(51ㆍ경북 군위의성청송) 새누리당 의원은 홀가분해 보였다. 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맡는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상당했던 터라 김 의원 또한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주어진 소임을 다 했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발간한 여행기 ‘막북에서 다시 쓴 열하일기’를 꺼내며 “오늘날 정치권에도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 사회변화를 이끄는 실사구시 정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무특보 마치자 대통령 ‘고생했다’ 인사”
김 의원의 좌우명은 일로매진(一路邁進)이다. 정치권에서는 친박의 한 길로 걸어온 ‘박근혜의 남자’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2008년 18대 공천에서 경쟁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이기고 낙천했을 때도 그는 무소속 출마가 아닌 불출마를 택해 ‘야인’으로 대통령을 도왔다. ‘탈박’ ‘복박’ ‘비박’ ‘주이야박’(낮엔 친이ㆍ밤엔 친박)으로 노선을 바꾼 의원들이 적지 않았지만, 김 의원의 자리는 늘 대통령 곁이었다.
논란 속에 정무특보를 받아들일 때도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일념밖에 없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선거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바로잡을 수 없다는 절박한 선택”이라며 “이런 짐을 지고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특보를 내려놓을 때 박 대통령도 그에게 “고생했다”는 말로 에둘러 고마운 뜻을 전했다고 한다.
정무특보직에서 물러난 뒤 그는 “앞으로 보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의정활동을 수행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친박 핵심의 귀환, 당내 권력투쟁 가속’이라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특히 공천 룰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화약고다. 김 의원은 “현행 당헌ㆍ당규대로”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시행해 온 룰이 있으니 그대로 가면 된다”며 “상향식 공천을 못박아놓은 당헌ㆍ당규를 위반해가며 ‘공천학살’을 할 독재자도 당에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와대의 ‘비박계 공천학살’ 가능성이나 ‘친박계 전략공천’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대통령은 공천을 좌지우지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현행 ‘공천 룰’ 깰 독재자 있나”
김 의원은 정무특보를 사임한 뒤 여행기 한 권을 펴내 여의도 정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조선시대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행로(3,950㎞)를 7년간 총 20차례나 되짚으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막북에서 다시 쓴 열하일기’다. 김 의원은 “정치권이 이념에만 매몰돼 자기 주장만 하면서 타협을 못하고 민생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연암이 중국을 방문한 1780년 당시 조선처럼 지금도 실사구시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정 처리시한(11월13일)이 7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안갯속인 4ㆍ13 총선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경북 지역 선거구가 김 의원에게 유리하게 조정될 것이란 얘기부터 그가 고교를 다닌 대구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그러나 “내 고향을 지킬 이유가 1,000가지도 넘는다”며 “대구 출마는 가능하지도 않고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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