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6일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추진성과를 점검했다. 지난해 3월20일 첫 회의가 열린 이후 네 번째다. 늘 그렇듯 이번 회의에서도 각 부처가 제시한 각종 규제개혁 수치만 실적처럼 나열되었을 뿐 현장에서 체감할만한 사례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나마 관심을 끈 것은 ‘인증제도 혁신 방안’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등이 표준ㆍ기준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인증제도는 2006년 114개에서 올해 203개로 급증했고,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도 같은 기간 연평균 1,3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어나면서 기업의 불만을 사 왔다.
정부는 1961년 도입된 인증제도가 취지와는 달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 내년 말까지 다른 인증제와 중복되거나 유사한 인증 36개를 폐지하고, 77개를 개선하는 등 대대적인 정비를 하기로 했다. 이들 113개 인증을 정리하면 23만개 기업에게 인증 유효기간(3년간) 동안 수수료 등 1조6,000억여원의 절감 효과가 있고, 제품 조기 출시로 2조5,000억여원의 매출증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 밖에도 39건의 규제개혁 사례를 분석해 올해 총 1조1,000억원의 경제효과와 1만2,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밝혔지만, 일단 아직은 숫자에 불과한 것들이다.
정부는 이처럼 늘 규제개혁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효과가 거의 없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규제담당 공무원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높다. 규제가 강하면 기업은 비용이 늘어나고 공무원의 재량권은 커진다. 그래서 ‘인적 장막’에 가려진 악성 규제는 철저히 골라내야 한다. 더욱이 1만5,000개에 달하는 규제 중에서 연간 500개 정도만 줄어드는 상황이라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을 무조건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규모가 작고 속도가 느리다는 얘기다. 특히 지금 경제계는 수도권규제나 노동규제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개혁을 원한다. 물론 이 같은 규제개혁이 지방자치단체나 노동자의 이해와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하지만 변죽을 울리는 수준의 규제개혁으로는 경제를 회생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미 규제를 피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거나, 하려는 기업이 줄을 서있다. 이미 우리 제조업은 성장이 멈췄다는 진단이 나왔고, 수출은 절벽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규제개혁 진행이 느리고 허약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한 원인을 제대로 살펴서 좀 더 과감하게 속도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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