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5 합의 후속조치에 따라 우리 정부가 북한에 당국 회담을 열자고 3차례나 제안했지만, 북한이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북측이 잇따라 회담을 외면하는 데는 향후 전개될 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6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 21일 통일부 장관 명의로 당국회담 개최 협의를 위한 예비접촉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자며 북측의 김양건 노동당 비서 앞으로 공식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북측은 이틀 후인 23일 통일부 당국자들이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 인권법 제정 논의, 북한 도발설 확산 등과 관련해 남북 대결을 선동하는데 앞장서고 있어 우리 정부의 제의에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정부는 다음날인 24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하며 회담에 응해줄 것을 재차 촉구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전후로 군사적 도발에 나서지 않았고, 이산가족 상봉까지 순조롭게 마무리 되자 정부는 지난 달 30일 또 다시 회담을 제의했으나 북측은 “상부의 지침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전통문 수령 자체를 거부했다.
북한이 당국회담에 소극적인 이유를 두고 남북관계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회담에 나오더라도 당장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얻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아직 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은 최근 스포츠 및 산림 분야 등 다양한 민간 교류에 적극 협력하는 한편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과 정부 당국자의 개성 만월대 방북을 허용하는 등 전보다 한층 유연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개성공단 관리위 남측 직원 2명의 출입 금지 조치를 통보한 지 불과 이틀 만에 해제한 것도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에도 남북관계는 민간교류가 확대되면 그 분위기가 당국 회담으로 이어지곤 했다”며 “8ㆍ25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북측도 당국간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 일단 회담이 열리면 남북관계 포괄적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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