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는 가수 아이유가 혹독한 성장통을 치르고 있다. 지난 10월23일 낸 새 앨범 ‘챗셔’수록곡이 미국 유명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곡 일부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인 데 이어 가사 선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앨범 티저 영상도 표절 의혹이 제기돼 아이유 새 앨범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러 구설에 오른 ‘챗셔’는 아이유가 직접 제작에 나선 앨범이라 네티즌 사이 아이유의 책임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아이유가 직격탄을 맞은 건 ‘챗셔’ 수록곡 ‘제제’ 관련 선정성 논란이다. 직접 가사를 쓴 노래가 소설 속 어린 주인공을 성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서다. ‘제제’는 브라질 출신의 소설가 J.M. 데 바스콘셀로스가 쓴 자전적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 등장하는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다.‘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한국어판을 펴낸 출판사 동녘은 지난 5일 공식 페이스북에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란 글을 올리고 “창작과 해석의 자유는 있지만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진 다섯 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혀 논란이 불거졌다. 출판사가 문제 삼은 내용은‘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 잎을 가져가 (중략)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그 안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란 가사다. 아이유의 새 앨범 재킷 사진을 보면 ‘제제’란 이름이 쓰여있는 한 아이가 망사스타킹을 신고 누워 다리를 올려 들고 있는 그림이 들어가 있다. 출판사는 이도 “표현의 자유도 대중들의 공감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제제에 다가 망사스타킹을 신기고 핀업걸 자세라뇨”라며 아이유의 ‘제제’해석에 불편함을 표했다. 논란이 커지자 아이유는 6일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제 가사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제 음악을 들으신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듣고 제 가사가 충분히 불쾌한 내용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과 그 결과 많은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혀드리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적으로 제가 작사가로서 미숙했던 탓”이라고 반성했다.
‘챗셔’의 수록곡 ‘투엔티 쓰리’를 둘러싼 무단 샘플링 논란은 아이유가 한동안 짊어져야 할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유는 스피어스의 ‘김미 모어’(2007)의 일부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스피어스의 목소리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데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이라는 게 스피어스의 음반을 국내에 유통하는 소니비엠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약, ‘투엔티 쓰리’에 사용된 보이스 샘플이 ‘김미 모어’에 나오는 스피어스의 목소리가 맞고, 스피어스가 이를 저작권을 이유로 문제를 삼는다면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처음으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아이유는 6일 “문제가 됐던 ‘투엔티 쓰리’ 샘플링 문제 역시 프로듀서로서 편곡에 사용되는 샘플 소스들을 세심히 검열하지 않은 제 잘못”이라고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다. 아이유 소속라인 로엔트리는 해당 보이스 샘플에 대해 스피어스 측에 확인 요청을 해 놓은 상태로, 확인 여부에 따라 샘플 클리어런스(원곡 사용 승인)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무단 샘플링 의혹과 가사 해석 논란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아이유는 ‘제제’관련 티저 영상이 독일 가수 앙겔라 콜러의 ‘로스트 싱스’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과 유사하다는 의혹에까지 휘말렸다. 두 영상 모두 두 여성이 누워있고, 여성을 나무처럼 형상화해 머리카락을 나뭇잎으로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선 로엔트리는 “무분별한 억측”이라며 강하게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아이유가 ‘국민여동생’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가수이지만, 이번 논란을 둘러싼 네티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날 온라인엔 ‘예전 같으면 다 감싸고 다들 제 일처럼 몸바쳐 막아줬을 텐데. 아이유는 좋지만, 그녀의 취향에 다들 일종의 배신감 같은 걸 느끼는 거 아닐까?’(비엔**) ‘제제가 주인공인 소설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홍보하면서 가사 속에 제제가 나오는데 그 제제가 이 제제가 아니다. 소설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이냐. 모티브 삼았다는 말을 하지 말던가’(카**) 등의 날 선 반응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이날 아이유는 “처음으로 프로듀싱을 맡은 앨범이라 흥분되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욕심을 부렸다”며 “그러다 보니 실수가 많았다. 그 결과로 상처 입으신 분들과 제게 실망하신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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