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생긴 출자 구조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조만간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생긴 출자 구조가 공정거래법상 해소해야 하는 순환출자 고리인지, 해소가 면제되는 사례인지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순환출자는 대기업집단이 'A사→B사→C사→A사'처럼 순환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난해 7월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이 새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강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면 6개월 안에 해소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과징금, 의결권 행사 금지 등의 제재가 부과된다.
그러나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서 인접한 회사가 합병되면서 출자 고리가 강화됐을 경우에는 순환출자 해소 의무가 면제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그룹은 모두 7개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갖게 됐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던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물산(합병법인)→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합병법인)'으로 바뀌었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를,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5.0%를 갖고 있다. 삼성화재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1.4%다.
또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되는 등 기존 출자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공정위는 이 부분이 개정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지를 따지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른 지분구조 변화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는 공정위 판단이 나올 경우에 대비한 해법을 다각도로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1.4%를 끊어내거나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공정위가 순환출자 해소 유예기간을 줄 경우 삼성그룹은 내년 3월까지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없애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이 해당 계열사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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