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앞바다에서 귀중한 어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동해안의 대표 어종인 오징어와 대게가 줄어들고, 제주에서는 방어, 서해에서는 대하 어획량이 급감, 어민들의 시름이 커졌다. 기후변화와 어장 축소에 따른 무차별적인 남획 등으로 인해 어족자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5일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강릉과 속초 등 강원 동해연안에서 잡힌 오징어 어획량은 2,500톤 가량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을 갓 넘는 수준이다.
기후변화로 오징어 어군이 수온이 따뜻한 남해안이나 먼 바다로 이동한 데다,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이 어획량 급감의 원인이란 분석이다. 10여 년 전 자취를 감춘 명태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오징어 상품이 품귀현상을 빚다 보니 강릉 주문진과 속초 등 강원 동해안 횟집에서는 아예 오징어 활어를 팔지 않거나 포항 등 남부지방에서 사오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북 동해안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오징어 위판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 2일까지 물량 1만1,598톤, 금액 366억2,600만원의 위판고를 올렸지만 올 들어 같은 기간 7,080톤, 238억3,000만원에 그쳤다.
동해안 어장은 이달부터 대게 잡이가 시작됐지만 예년보다 어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게는 해마다 어획량이 감소, 올 1~4월 구룡포수협에 위판된 대게는 340여톤, 83억원이다. 지난해 1~4월 470여톤, 121억원과 비교하면 물량으로 100톤 이상, 금액으로 38억원 줄었다.
우리나라 최남단 서귀포 대정읍 마라도 주변 바다에서도 이맘때면 몰려들던 겨울철 별미 방어가 눈에 띄게 줄었다.
모슬포수협과 어민 등에 따르면 방어 조업이 시작된 지난달 20일부터 3일까지 방어 어획량은 대방어(4㎏이상) 1,230여마리, 중방어(1.4㎏이상~4㎏미만) 40마리 등 모두 1,270여마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방어 3,200마리, 중방어 890마리 등 4,090마리에 비해 68% 줄어든 것이다.
방어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대방어 판매가격은 지난해보다 3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어획량 감소로 수익이 적어 일부 어민들은 아예 조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어민들은 방어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이유로 어장이 점차 북쪽으로 형성되고 있고, 바다 수온이 예년보다 2도 가량 높아 방어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방어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최남단 방어축제’에 사용할 방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또 대하 주산지인 충남 서해바다에서는 자연산 대하는 물론 양식 대하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10여년 전부터 대하에 치명적인 흰점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전염병에 약한 대하 양식은 대부분 실패했다. 대체종으로 바이러스에 강한 흰다리새우가 식탁과 양식장을 점령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어족자원이 줄어드는 이유는 기후변화와 수온변화 탓도 있지만 과도한 어획도 주요 원인”이라며 “한중, 한일 어업협정으로 인해 어장자체가 줄어들면서 대형어선과 소형어선들이 경쟁적으로 조업을 벌이고, 중국 어선들의 무차별적인 남획 등으로 인해 어족자원이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기자 tamia@hankookilbo.com,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