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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6.5세 "무대 갈증 확 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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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6.5세 "무대 갈증 확 풀었어요"

입력
2015.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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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아카펠라 뮤지컬팀 '시니어 연가'. 시니어 연가 제공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아카펠라 뮤지컬팀 '시니어 연가'. 시니어 연가 제공

“40년 만에 무대에 오르니 마냥 행복합니다.”

만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아카펠라 뮤지컬팀 ‘시니어 연가’의 유재숙(66)씨는 5일 공연이 끝난 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송파구 구민회관에서 공연한 뮤지컬 ‘노래하는 두더지, 룰루’에서 마을사람 중 한 명으로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30분 남짓한 공연에 본인의 대사는 서너 마디밖에 없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그는 “20대 시절 고전무용을 배워 일본 순회공연을 다녔다”며 “당시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접었던 ‘무대 위’ 꿈을 이제야 풀게 됐다”고 웃었다.

지난 5월 결성된 평균 연령 66.5세의 뮤지컬팀 ‘시니어 연가’는 6개월 연습을 끝내고 이날 무대에 올랐다. 올해 4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4명 중 개인 사정이 있는 3명을 제외한 21명이 이날 무대 위에서 쥐, 여우, 마을사람 등으로 분했다. ‘마을의 곡식을 갉아먹는 악동 쥐를 마을사람들과 두더지의 합창으로 몰아낸다’는 동화 형식의 짧은 뮤지컬 속에 아카펠라, 연극, 라인댄스를 녹였다.

무대에 오른 21명의 노인들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있었다. 최연소 팀원인 조남희(60)씨는 “고교 시절 연극반 활동을 했고,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며 희곡작가를 꿈꿨다”며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중학교 국어교사, 한 가정의 아내, 엄마로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넘은 ‘무대에 대한 갈증’을 풀게 돼 기쁘다”며 “이제는 며느리가 내 팬이 됐다”고 기뻐했다.

이날 공연은 배우들의 체력을 고려해 동선을 간결하게 짰고 뮤지컬 넘버(음악)도 5개만 넣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공연 준비를 허투루 한 것은 아니다. 황도연(66)씨는 “공식 연습은 매주 금요일 두 시간이 전부였지만 역할 별로 일주일에 서너 번 모여 별도 연습을 했고 메르스 여파로 공식 연습이 취소된 때에도 따로 모여 연습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최고령 박순자(76)씨는 “60대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며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년에도 무대에 서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시니어연가' 멤버들. 시니어 연가 제공
'시니어연가' 멤버들. 시니어 연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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