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성 많은 아이 2개월 일찍 입학
하루 평균 이용시간도 25분 더 길어”
“여아 보다 남아가 영향 더 받아”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아이들이 공격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찍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공격적인 행동을 많이 했다.
4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정책연구’ 최신호(6월호)에 실린 ‘유아의 육아지원기관 이용시작시기와 평일 이용시간이 놀이방해행동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공격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유아는 그렇지 않은 유아보다 어린이집을 2개월 더 일찍 다녔으며, 어린이집에 하루 평균 25분 정도 더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12년에 실시된 한국아동패널 5차년도 자료 중 4~55개월 영ㆍ유아 1,018명을 대상으로 어린이집ㆍ유치원 교사들이 행동을 평가한 자료를 활용했다. 교사들은 영ㆍ유아의 부정적 행동 중 공격적 행동과 자기통제력 부족 등 ‘놀이 방해’행동을 1점(전혀 그렇지 않다)~4점(매우 그렇다)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공격적 행동이 중간인 유아(238명ㆍ놀이방해 점수 평균 2.23점)를 제외한 후 공격적 행동을 많이 하는 유아(186명ㆍ2.79점)와 적게 하는 유아(408명ㆍ1.64점)의 어린이집 이용 시작 시기와 이용 시간을 비교했다.
연구결과 공격적 행동을 많이 하는 유아는 평균 37.7개월에 처음 어린이집에 다녔지만 공격적 행동을 적게하는 유아는 39.7개월부터 다녔다. 또 공격성이 높은 유아는 하루 평균 7시간30분 어린이집을 이용했지만 낮은 유아는 7시간5분 이용했다. 어린이집 등 육아지원기관 이용 시작 시기가 빠르고 이용시간이 길수록 공격적 행동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두 요인 중에서는 하루 이용시간이 유아의 부정적인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변수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어린이집 이용 시작 시기가 늦어지면 공격적 행동을 많이 할 확률이 0.98배로 낮아졌고 이용시간이 길어지면 공격적 행동이 많아질 확률이 1.2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즉 어린이집에 일찍 가고 오래 있으면 공격적 행동이 많아질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용시간의 영향력이 더 컸다.
남자아이는 어린이집 이용 시기 및 시간과 부정적 행동과의 상관관계가 분명하게 나타나, 공격적 행동이 많은 남아는 적은 남아보다 어린이집을 3개월 먼저 다니고, 이용시간은 30분 정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아이는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또 공격적 행동이 높은 유아의 70%가 남자아이였다.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활동성이 높은 남아는 기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문제 행동이나 부적응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유아의 기질과 환경의 부조화가 유아의 문제행동과 부적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자들(오경희 부산대 교육학과 전임대우강사, 나은경 부산대 교육학과 박사 수료, 박의향 부산대 교육학과 석사과정)은 연구결과에 대해 “최근 우리나라 영ㆍ유아 교육기관의 운영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국가적 차원의 육아지원기관 지원 확대 정책이 과연 유아들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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