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을 피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볼트나 램프 등에 마약을 숨겨 밀반입하고,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지에서 밀반입한 필로폰을 중간 판매책, 구매자들에게 배송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장모(43)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구매자 홍모(46)씨 등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필로폰 60.92g은 2,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 약 2억원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올해 2~8월 중국 상하이(上海)의 필로폰 밀반입 총책 이모(35)씨로부터 필로폰 약 246.77g을 국제특송으로 전달받았다. 이씨는 필로폰을 몰래 들여오기 위해 속이 비어 있는 길이 10㎝짜리 볼트를 특수 제작했다. 볼트 1개당 1g(33명 동시 투약 가능 분량)의 필로폰을 숨겨 발송하는 식이었다. 장씨는 이렇게 전달 받은 필로폰을 중간판매책과 구매자 등 19명에게 배송했다.
또 다른 국내배송 총책인 최모(35)씨와 박모(36ㆍ여)씨는 필리핀 마닐라와 캄보디아 프놈펜의 밀반입 총책인 일명 ‘장 사장’, ‘캄 사장’에게 각각 필로폰 32.3g과 31g을 받아 팔아 넘겼다. 장 사장은 램프 등에 필로폰을 숨기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이용자가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 등에 광고 글을 올려 구매자들을 모집했다. 이어 중국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주문을 받고, 국내 배송총책에 배송을 지시했다. 마약을 구매자들에게 전달할 때는 퀵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화장실 등에 두고 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썼다.
밀반입 총책들은 경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전과가 없는 구매자들을 골라 국내배송 총책을 맡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은 ‘해외 여행을 시켜주겠다’며 구매자들을 현지로 오도록 해 포섭했다. 국내배송 총책은 마약을 싸게 구입하는 혜택을 누렸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검거된 34명 중 27명이 마약 관련 전과가 없는 주부와 회사원, 식당 종업원 등 평범한 시민이었다”며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들도 마약 판매글에 쉽게 노출돼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중국에 도피 중인 상하이 총책 이씨를 수배하고, 아직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장사장과 캄사장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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