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품 투자권유대행 병행… 불완전판매 우려는 해결과제
그간 보험권 안에서만 영역을 넓히던 독립법인대리점(GA)에 최근 증권사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와 비대면 계좌개설제 등 환경 변화를 맞아 상대적으로 영업망이 얇은 증권사들이 GA 조직을 활용해 신규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선 보험ㆍ증권을 아우른 자산관리 전문가를 더 만날 수 있게 됐지만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KDB대우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줄줄이 대형 GA인 iFA와 판매채널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비교적 후발주자인 KDB대우증권은 앞서 더블유에셋, 베스트로, AT에셋, 한솔교육해피너스 등 다른 대형 GA들과도 잇따라 제휴를 맺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이 GA라는 보험전문가 그룹에 손을 내미는 건, 유능한 ‘투자권유대행인’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투자권유대행인이란 증권사의 위탁을 받아 금융투자업계 관련 상품을 소비자에게 권유하는 일종의 외부 영업조직. 금융투자협회 교육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면 1개 증권사에 전속해 활동할 수 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상품 권유만 하고 판매는 증권사 직원이 하지만 이미 증권사 영업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8월말 기준 국내 26개 증권사에 속한 투자권유대행인은 1만4,026명. 증권사 별로 적게는 1~2명, 많게는 2,700여명까지 등록돼 있으며, 이들이 올 들어 8월까지 유치한 자산은 11조2,472만원에 달한다. 6조원 대였던 2012년과 비교하면 불과 몇 년 사이 2배 이상 급성장 추세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층을 가진데다 장기 계약이라는 보험의 특성상 신뢰도를 바탕으로 고객 설득력이 뛰어난 GA 설계사들을 투자권유대행인의 최적 후보로 보고 있다. 2011년 이후 업계 전체의 지점 수가 35%나 급감할 정도로 자체적인 영업망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GA 투자권유대행인을 활용하면 각종 고정비용을 아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내년부터 본격 도입되는 증권사 비대면 계좌개설도 GA 러브콜의 배경 중 하나다. 고객이 지점을 찾는 대신 온라인 계좌개설이 가능해지면 그만큼 고객의 선택권이 커져 금융사로서는 사전 설득작업이 더욱 중요해진다. 평소 고객을 직접 방문해 상품을 상담하는 보험설계사가 이런 환경에서 강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투자권유대행인이 상품 권유 후 고객을 근처 지점까지 안내해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투자를 권유 받은 고객이 현장에서 직접 상품가입까지 끝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갈수록 증권사간 영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8월 투자권유대행인 전담업무센터인 ‘코어(CORE)센터’를 열었고 동부증권은 우수 투자권유대행인의 복지혜택을 높이고 신규 영입 직원에게 보수율을 높이기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설계사들이 투자권유대행을 겸할 경우, 장기ㆍ안정형 상품인 보험과 단기ㆍ위험감수 상품인 증권을 아우른 종합적인 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간 GA가 보험상품 불완전판매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샀듯, 증권 상품 판매에도 불완전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은 불완전판매 우려 때문에 내년 4월부터 투자권유대행인을 쓰지 않겠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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