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쓰기 등 사용법 배울 수 있어
경험 후 장애인 이해심 높아져
“점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지만 읽을 때는 반대입니다.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종이를 뒤집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죠.”
점자의 날(11월 4일)을 하루 앞둔 3일 인천 화도진도서관 시각장애인실. ‘점자 체험장’이라고 이름 붙여진 책상 위에는 점자를 읽고 쓰는 방법을 알기 쉽게 정리한 일람표, 점자를 쓰는데 사용하는 점판과 점필, 점자 그림책 등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이곳에선 점자의 구조와 쓰고 읽는 법을 간략하게 배워 휴대전화, 노트 등에 붙일 수 있는 투명 테이프에 자신의 이름을 점자로 직접 써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일람표와 종이를 끼워 점자를 쉽게 쓸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틀인 점판, 점자를 종이에 찍는데 쓰는 점필이 준비돼 있었지만 이름 석자를 쓰는 일은 어렵게 보였다.
글자를 초성과 모음, 종성으로 풀어 세로로 3점, 가로로 2점 등 점 6개로 표현하는 일은 시간과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묵음처럼 ‘이’를 쓸 때 ‘ㅇ’은 표기를 하지 않고 곧바로 ‘ㅣ’를 쓰고 같은 자음이라도 초성과 종성은 달리 표기하는 규칙도 생소했다. 점자는 읽고 쓰는 방향도 달랐다.
시각장애인실 관계자는 “눈으로 글자 확인이 가능한 비장애인이 점자를 배우는데 일러야 두달”이라며 “제대로 읽고 쓰는지를 계속 지도 받아야 하는 시각장애인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점자지만 시각장애인이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읽고 쓸 수 있어 지식, 기술 등을 습득하는데 가장 중요한 도구다.
점자 체험장을 기획한 심현빈 주무관은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자존감, 독립성 등을 심어준다”며 “비장애인이 자신의 이름 정도를 점자로 쓸 줄 안다면 시각장애인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데 그리 어려울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점자를 한번이라도 쓴 경험이 있는 어린이, 어른들은 표정에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나타나며, 안 써본 사람과의 (이해도) 격차도 생각보다 훨씬 크다”며 “점자 보급률이 굉장히 낮은 현실에서 중도시각장애인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점자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도진도서관은 연말까지 휴관일(매주 수요일)을 제외하고 점자 체험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점자의 날은 1926년 11월 4일 당시 제생원 맹아부 교사였던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점자 ‘훈맹정음’을 완성해 반포한 날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글ㆍ사진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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