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별칭을 짓고 motto를 만들고 슬로건을 내건다. 모토가 왕이나 창립자처럼 위에서 내려온 것인 반면 별칭(nickname)은 기자나 시민 등 아래에서 올라온 것이 많다. 이와 달리 슬로건은 상업적이며 비용을 지불하고 상품을 팔 듯 투자해서 홍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익을 제고하려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그래서 City Slogan을 위해 전문가를 동원하고 광고 회사에 대가를 지불하고 대중 홍보에도 돈을 들인다.
우선 도시 별 별칭을 보면 Paris는 the City of Light이고 로마(Rome)는 the Eternal City인데 스스로 자기 정체성의 별칭을 내걸고 ‘우리를 이렇게 불러 주세요’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무리일 만큼 각 도시가 비슷한 이름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 The Queen City라는 별칭을 가진 도시가 31곳이나 된다. 또 New York City는 the City that never sleeps 슬로건과 더불어 잘 알려진 the Big Apple이 있는데 Minneapolis시는 the Mini-Apple이고 하와이의 Honolulu시는 the Big Pineapple이며 Kansas주의 Manhattan시는 the Little Apple로 서로 비슷한 이름이 쓰였다. Ohio주의 Cleveland시는 별칭이 여러 개 있는데 C-Town, The Forest City, The Rock ‘n’ Roll Capital of the World, Comeback City 등이 사용되었다. California주의 San Francisco시도 여러 별칭이 있는데 the City that Waits to Die(마지막 생을 하고 싶은 도시) 같은 내용도 있다. 남부 Mississippi주의 항구 도시 New Orleans 시도 the Big Easy, the Crescent City, the City that Care Forgot 등 별칭이 20개나 된다.
최근 세계적으로 전문 업체에 slogan 제작을 맡길 정도로 도시 알리기 경쟁이 심해졌다. 그만큼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중시하는 것이다. New York City가 그래픽 디자이너 Milton Glaser의 출품작 ‘I ♥ New York’으로 효과를 보자 모든 도시가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slogan이 좋을까. 단연코 ‘기억하기 쉬운 어구’(a catchy jingle)여야 한다. 추상적인 내용이나 도시와 무관한 것보다는 단박에 그 도시를 연상시키고 호감을 주는 운율이어야 기억하기 좋다. Arizona주 Yuma시의 경우 ‘This Is Yuma’ 슬로건을 대신해 ‘Experience Our Sense of Yuma’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지만 반대하는 시민들이 많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세계 도시의 slogan 수천 개를 모아 비교를 해 보아도 서울시의 이번 ‘I SEOUL YOU’같은 억지는 없다. 고유명사 Seoul을 동사로 쓰는 억지도 문제지만 서울을 연상케 하는 그 어떤 메시지나 내용 없이 구호도 기호도 아닌 슬로건을 내걸고 ‘시간이 흐르면 된다’는 오기가 더 큰 문제다. 시 공무원과 담당자들은 누구 돈으로 이런 오기를 부리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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