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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부당 지원 의혹, 공정위 무혐의 처분…재벌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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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부당 지원 의혹, 공정위 무혐의 처분…재벌 봐주기?

입력
2015.11.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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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2009년 유동성 위기 당시 계열사를 동원해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을 앞둔 다른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계열사 기업어음(CP) 매입과 관련한 첫 판단이라 앞으로 대기업의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공정거래위원회, "부당지원행위 아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12월 30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이들이 발행한 CP를 대한통운 등 당시 계열사들이 사들이게 해 부도를 막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공정거래법은 그룹이 계열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 유가증권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의 쟁점은 계열사들이 금호산업·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해를 감수하며 CP를 매입한 것인지 여부였다.

금호 계열사들은 금호산업 860억원과 금호타이어 476억원 등 총 1,336억원 규모의 CP 만기를 최대 15일까지 연장해줘 이들 계열사가 법정관리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다.

금호석유화학을 경영하는 박찬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갈등을 빚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의 재무구조와 상황이 극히 부실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CP 매입을 결정해 165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부도 및 법정관리를 피하려고 계열사들이 CP를 매입한 것이고, 박삼구 회장은 2009년 7월 퇴진해 당시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해왔다.

당시 CP 거래를 두고서도 금호석유화학은 새로 매입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CP 만기를 연장한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공정위는 "워크아웃 신청 이후 부도를 막으려고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CP 만기를 연장한 것이고, 실질적인 기업 구조조정 과정 중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정위 조사 결과를 존중하며 이번 조사로 당시 CP 발행 및 매입이 합리적이고 정당한 경영 판단이었음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수사 중인 박삼구 회장 배임사건도 핵심은 계열사간의 CP거래행위를 경영상 판단으로 볼 것인지, 박 회장의 지시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6월 박삼구 회장과 기옥 전 대표를 상대로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 103억원을 지급하라"고 낸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 경제개혁연대,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경제개혁연대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공정위의 무혐의 처분 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명백한 부당지원행위를 두고도 공정거래법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무리한 결론을 내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처분"이라며 세 가지 문제를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공정위는 금호그룹 8개 계열사가 2009년 12월 30일부터 이틀에 걸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CP를 만기연장한 행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12월 30일 이전에 있었던 나머지 CP 매입행위에 대한 판단 내용 및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09년 4분기에 790억원에 달하는 금호산업 CP를 매입했는데, 이는 모두 그 해 12월에 매입한 것이며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12월 30일 이전에도 금호산업·금호타이어의 CP를 매입했다.

공정위는 12월 30일부터 31일까지의 CP매입이 부당지원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나머지 12월 기간 중 이루어진 수많은 CP 매입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주장했다.

공정위가 금호그룹 계열사들의 지원행위가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 지침(심사지침)'에서 규정한 예외인정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공정위의 판단대로라면 기업구조조정을 명목으로 한 지원거래는 모두 허용될 수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향후 부당지원행위의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형성될 것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절차상의 의문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이번 금호아시아나그룹 사건의 경우 공정위 전원회의에 제재안건이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부당지원행위의 형태 및 경쟁제한성이 확인되어 제재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랜 시간 전원회의의 논의를 거쳐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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