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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 4代 렌즈에 비친 한국 한국인 70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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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 4代 렌즈에 비친 한국 한국인 70년史

입력
2015.11.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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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 가문 1대 임석제는 '즐거운 한 때'처럼 광부, 농부 등 노동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주로 찍었다. ⓒ임석제/청암아카이브 제공
임씨 가문 1대 임석제는 '즐거운 한 때'처럼 광부, 농부 등 노동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주로 찍었다. ⓒ임석제/청암아카이브 제공

한국에 4대째 이어온 사진작가 집안이 있다. 한국의 리얼리즘 사진을 개척한 임석제(1918~1996), 그 장조카 임인식(1920~1998), 임인식의 아들인 임정의(71) 청암사진연구소 대표와 손자 임준영(39) 홍익대 겸임교수다. 네 사람이 각기 다른 스타일로 사진을 찍어왔지만 이 가족이 남긴 기록은 곧 한국사이자 한국 사진사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아트스페이스 J에서 열리는 ‘대대로 전(展)-The Big Flow’에서 이들 4인의 작품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걸렸다.

평북 정주가 고향인 임석제와 임인식은 1944년 서울로 와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시작했다. 임석제는 인천항 하역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사진을 찍어 1948년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화랑에서 전시했다. 해방 후 한국 최초의 사진전이다. 작품이 ‘사회주의 리얼리즘’계열로 분류됐기에 사진계에서 한동안 외면당했으나 지금은 가장 재조명이 필요한 사진작가로 꼽힌다. 전시장에는 탄광 광부의 모습을 담은 기록사진과 한라산 설경 사진이 전시됐다. 임석제의 조카손자 임정의 대표는 “작은 할아버지가 사진기를 들고 백록담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사진가가 되는 꿈을 꿨다”고 회고했다.

임씨 가문의 2대 임인식은 종군 사진작가, 항공사진작가로 일하며 틈틈이 '소와 농부'처럼 한국의 풍경을 담았다. 청암아카이브 제공
임씨 가문의 2대 임인식은 종군 사진작가, 항공사진작가로 일하며 틈틈이 '소와 농부'처럼 한국의 풍경을 담았다. 청암아카이브 제공

임인식은 임석제의 장조카지만 나이 차이는 2년으로 친구처럼 자랐다고 한다. 그는 좌파로 분류된 삼촌과 달리 국군 종군 작가로 활동했고 한국 최초의 보도사진 통신사인 ‘대한사진통신사’와 첫 사진전문 화랑 ‘신한관광사진화랑’을 운영하며 사진계를 선도했다. 그의 풍경사진에는 제주 해녀나 옛 제주도청 앞 양떼들처럼 기록성이 강하면서도 한국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사진들이 많다.

임씨 가문 3대인 임정의의 '상춘정의 아침'. 그는 "한국의 고요한 아침을 나타내는 자연 풍경과 건축물의 조화를 찍어왔다"고 말했다. 청암아카이브 제공
임씨 가문 3대인 임정의의 '상춘정의 아침'. 그는 "한국의 고요한 아침을 나타내는 자연 풍경과 건축물의 조화를 찍어왔다"고 말했다. 청암아카이브 제공

임정의 대표 역시 집안 분위기에 끌려 자연스레 사진을 시작했지만 “아버지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사진 일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호구지책은 바로 건축전문사진가가 되는 것이었다. 1975년부터 건축잡지 ‘공간’에서 일하면서 건축가들의 프레젠테이션용 건축물 사진을 찍었다. 임 대표는 “건축 사진을 찍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의 고건축이 눈에 들어왔다”며 “옛 건물이 있는 아름다운 아침 풍경을 주로 찍었다”고 말했다. 그 중 하나가 충북 옥천군 보정천 섬 위에 서 있는 상춘정의 물안개 핀 아침 사진이다.

임 대표의 아들 임준영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윗대와 달리 예술사진을 추구했지만, 피사체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건축물이다. ‘라이크 워터’ 연작은 고건축물이나 자연 풍경이 아니라 도시 속 건축물 사진을 담았는데, 건물 안팎을 지나는 사람들의 흐름을 물의 효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임 대표는 “나 역시 처음엔 아들이 사진 찍는 것을 반대했는데 아버지나 나와 달리 아들의 사진은 예술사진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임정의 대표는 전시 개막과 동시에 1963년부터 지금까지 52년간 찍은 사진을 정리해 ‘위대한 반세기’라는 사진집을 출간한다. 그는 “사진을 미처 다 정리하지 못했지만 기록을 잘 정리해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전시는 12월 9일까지. (031)712-7528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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