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네.” “좋은데요."
고척스카이돔을 처음 밟은 선수들은 구장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막상 훈련을 시작하자 아쉬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 12 대표팀은 4일 고척돔에서 쿠바와 평가전을 치렀다. 2009년 2월 첫 삽을 뜬지 7년 만인 지난 9월 완공된 고척돔은 사업비 총 1,948억원이 투입된 국내 최초의 돔 구장이다. 이날 쿠바전은 첫 공식 경기였다.
대표팀은 경기를 하루 앞둔 3일 고척돔에서 훈련을 했다. 내년부터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넥센이 지난 달 2군 자체 청백전을 이곳에서 치르긴 했지만, 프로 1군 선수들이 고척돔에서 훈련을 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두산 김현수는 그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안 좋다는 얘기가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와 보니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 강민호도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좋은 것 같다. 생각보다 좋다"며 후하게 점수를 매겼다. 하지만 훈련을 한 뒤에는 불편하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구장이 어둡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특히 수비를 할 때 공이 뜰 경우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현수는 "공이 뜨면 하얀 색 천장 때문에 안 보인다. 공이 사라졌다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어두운 조명도 아쉬운 부분이다. 김현수는 "라이트가 적은 것 같다. 너무 어두운 느낌이 있다"며 "야구장은 좋은데 공이 잘 안 보인다"며 고개를 저었다. 내야수 정근우(한화) 역시 "공이 잘 안 보인다. 공이 뜨면 사라진다"며 "라이트가 부족한 것 같다"며 거들었다. 이날 고척돔에서 훈련을 한 야수들은 내외야 플라이볼을 처리할 때마다 진땀을 흘려야 했다.
고척돔 지붕은 햇빛이 통하고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서 테프론막과 투명차음막, 흡음내막 등 삼중막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야구장이 전체적으로 회색톤인 데다 지붕마저 하얀 색이라 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을 안게 됐다.
김인식 감독도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그는 "폴이 너무 낮다. 더 높았어야 했다"며 "전광판 위치도 더 우측으로 옮기는 게 좋았을 것 같다. 구장을 지을 때마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게 많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폴의 높이는 28m로 낮은 편이 아니다. 외야 펜스 높이가 4m이고 그 위에 (난간 등) 구조물이 있어 펜스가 5~6m 정도의 높이를 차지하는데 그 옆에 폴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선이 시급한 부분으로는 더그아웃 지붕이 꼽혔다. 현재 고척돔의 1루와 3루 더그아웃에는 지붕이 설치돼 있지 않다. 자칫 관중석에서 날아오는 이물질이나 오물을 선수단이 그대로 맞을 수도 있다.
지난 9월 고척돔이 완공된 후 계속 지적된 관람석의 문제도 여전하다. 20여 개가 넘는 의자가 통로 없이 붙어 있어 경기 중 관람객의 이동이 매우 불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화장실에 가려면 앉아 있던 사람들이 다 일어나야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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