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미러클(기적) 두산'다웠다. 두산이 10월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을 13-2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챔피언에 올랐다. 2001년 이후 14년 만이자 팀 통산 4번째 우승이다. 또 2002년부터 13년간 이어진 '정규시즌 1위=한국시리즈 우승' 공식을 깨뜨리고 역대 3번째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팀이 됐다. 두산의 '미러클'을 만든 인물들과 뒷얘기를 4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스포츠부
< 글 싣는 순서>
(1) '초보' 김태형의 뚝심 리더십
(2) '절치부심' 마운드 3인방
(3) 선수단 하나로 묶은 '부상 투혼'
(4) 결실 맺은 '화수분' 야구
'사람이 미래다.' 두산 그룹의 슬로건이다. 이는 야구단에도 적용됐다. 유망주를 발굴해 키우는 선수 육성 시스템을 일찍 안착시켰다. 육성 선수 출신으로 리그 정상급 타자가 된 김현수(27),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28), 최동원상에 빛나는 왼손 투수 유희관(29) 등이 모두 두산의 '팜'에서 나왔다. 두산을 '화수분 야구'의 산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두산은 사실상 이번 포스트시즌을 외국인 선수 2명 없이 했다. 팀 전력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의 이탈은 치명적이다. 투수 앤서니 스와잭은 태업으로 플레이오프부터 전열에서 빠졌고,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3명이 중심 역할을 하는 경쟁 팀과 달리 전력 열세를 안고도 토종의 힘으로 극복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 라인업은 모두 직접 뽑아 키운 선수들로 채웠다. 선발 유희관부터 1~9번까지 한 팀에만 몸 담았던 이들이다. 특히 1990년생 트리오 허경민-정수빈-박건우는 화수분 야구가 꽃피운 대표적인 사례다.
허경민은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23개) 신기록을 세웠고, 정수빈은 손가락 부상을 안고도 타율 0.571(14타수 8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가을 야구를 처음 경험한 박건우는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안타, 한국시리즈 3차전 결승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느덧 팀의 구심점이 된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오재원, 김재호 등은 큰 경기에서도 자신의 몫 이상을 충분히 하며 사이 좋게 첫 우승 반지를 꼈다.
왼손 투수 갈증에 시달렸던 숙제도 어느 정도 해결 가능성을 봤다. 고졸 3년차 함덕주는 정규시즌 동안 7승2패 16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65로 필승 계투조로 활약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큰 경기 경험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갔던 이현호는 6승1패, 진야곱은 5승9패, 허준혁은 3승2패로 두산이 상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하는데 힘을 보탰다.
든 자리와 난 자리의 차이를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기량이 고른 선수들이 늘 차고 넘치는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2016시즌도 장밋빛 전망을 부풀린다.
사진=두산 선수단. /잠실=임민환기자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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