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영방송들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방송의 공영성과 정치적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고안하고 있다.
독일의 공영방송 ZDF의 방송이사회는 사장 선출과 예산안 승인 등 권한을 지니며, 77명의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된다. 독일 각 주를 대표하는 16명, 연방정부 추천 3명, 정당 추천 12명, 개신교 추천 2명, 가톨릭교 추천 2명, 유대인중앙회의 추천 1명, 노동자연맹과 공무원연합 등 여러 이익단체 출신 42명이 이사로 활동한다.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특정 정파에 방송이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방송이사회는 호선으로 사장을 선출한다. 사장은 감독이사회라는 별도 조직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감독이사회는 각 주 추천 5명, 연방 정부 추천 1명, 정부나 공공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8명으로 구성된다. 정부가 낙하산 사장을 선임하기 어렵고, 친정부 성향의 사장이 임명돼도 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구조다.
스페인의 RTVE도 제도적으로 특정세력이 경영진을 선임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사장선임 권한이 있는 RTVE 운영위원회는 하원이 8명, 상원이 4명을 임명하고, 운영위원회 의장을 하원이 임면하도록 하면서, 위원 임명에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집권 다수당이라 해도 RTVE 경영을 좌지우지하기 어렵다. 또 하원이 임명하는 위원 중 RTVE 양대 노조가 추천하는 2명이 포함된다. 운영위원회와 별도로 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RTVE 언론인으로 구성된 뉴스위원회가 내부 감독 역할을 한다.
영국 BBC 트러스트는 예산 집행, 프로그램 제작을 책임지는 BBC 경영회의만으로는 방송의 공영성을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07년 도입됐다. 사내외 이사로 구성된 경영회의 의장(사장)을 임명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이다. 12명의 트러스트 이사는 공모 절차를 거쳐 문화미디어스포츠 장관 추천으로 국왕이 임명한다. 이원적 지배구조가 정치적 입김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호주의 ABC는 친정부 인사가 사장에 임명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2009년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통신부 장관이 이사를 선임하던 것에서 통신부 산하 독립위원회가 이사 후보 5~7명을 추천토록 하고, 이 외의 인물을 이사로 지명하면 의회의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사장은 총리가 지명하나 야당 대표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때 공영방송의 모범답안 중 하나로 꼽히던 일본 NHK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NHK경영위원회는 재계와 과학계, 문화계 등 각 분야 전문가이면서 일본 8개 지역을 대표하는 8명, 전국적인 인물 4명으로 구성된다. 총무성이 추천하고 참의원과 중의원의 동의를 거쳐 총리가 임명한다. 친정부 인사가 위원이 될 가능성이 큰 구조이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뒤 2013년 임명된 모미이 가쓰토 NHK 회장이 위안부 문제를 폄하해 국제적 비판을 자초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면 공영성의 전통도 쉬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외국 주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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