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사건으로 억울한 옥고를 겪고 24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강기훈(51)씨가 3일 국가를 상대로 3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강씨는 간암 투병으로 몸도 가누기 힘들지만, 강압적 수사를 한 검찰과 진실에 눈 감았던 사법부로부터 사과 한 마디 못 듣자 결국 법으로 국가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유서대필 조작사건 국가배상청구 공동대리인단’(대리인단)에 따르면 이날 강씨와 가족 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며, 강씨는 사망한 부모의 배상액 상속분을 포함해 총 20억원을 청구했다. 강씨 배우자와 자녀, 형제 등 원고 전체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31억원이다.?
대리인단 측은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강신욱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장검사와 신상규 사건 주임검사, 김형영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필적 감정인을 공동 피고로 소송을 냈다. 대리인단 측은 “이 사건의 본질은 공무원들의 단순한 ‘직무상 과실’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인권을 유린한 ‘조작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결론을 정해둔 ‘꿰맞추기’식 수사와 강씨에 대한 폭행 협박 모욕 등 가혹행위, 허위 필적 감정과 중요한 필적 자료의 은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막은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강씨는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서강대에서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형을 확정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대법원은 24년이 지난 올해 5월 “당시 국과수 필적 감정은 신빙할 수 없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유서를 대신 써줬다고 볼 수 없다”며 강씨에게 무죄 판결을 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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