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새로운 슬로건을 공표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국내외에서 비난과 조롱이 잇따르고 있다. 겉으로는 시민의 공모를 통해서 정한 것이라 대중성을 담보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몇몇 대학생의 출품작을 공무원과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뒤 이를 다시 표결에 부쳤다고 한다. 결론은 시민의 결정이 아니라 몇 명의 공무원과 심사위원들이 정한 꼴이다.
우선 ‘서울’은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대문자 표기를 하여 Seoul이라고 적는다. 그런데 ‘I LOVE YOU’ 자리에 LOVE대신 SEOUL을 쓴 것은 Seoul이라는 고유 명사가 동사처럼 쓰인다는 역설이다. 고유 명사가 동사로 쓰이기 위해서는 ‘보통 명사’가 되어야 하고 이는 곧 Seoul이 아니라 보통명사처럼 소문자로 seoul로 되어야 가능하다. 이때 seoul라는 동사가 무슨 의미의 동사냐는 문제가 대두된다. 그런데 ‘서울’이 무얼 하는 곳인지 그 동사에 대한 기준이 없을뿐더러 ‘Seoul’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도 없다. 역으로 ‘I Seoul You’라는 슬로건만 보면 ‘서울’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떠올려 긍정적인 홍보 효과보다는 악성 이미지만 홍보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서울’을 ‘서민이 울고 싶다’라는 말로 비아냥거리기도 하면서 가장 억지스러운 슬로건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영어로 슬로건은 국제 사회에 서울이라는 도시를 알리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슬로건 어디에서도 Seoul을 한 방에 알리는 아무런 단서를 감지할 수 없다.
도시의 슬로건은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 무작위(arbitrary) 방법은 그 도시의 특징이나 이미지와 연결성이 전혀 없는 경우인데 Seoul을 홍보하기 위해 갑자기 ‘내가 너를 서울한다’(I SEOUL YOU)는 슬로건을 내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홍보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그 다음 인위적(fanciful, coined)인 방법은 도시와 연관성은 있지만, 연결성은 극히 미미한 경우이다. New York주의 BUFFALO시가 ‘Buffalo. For Real’를 내세운 것은 관광객들의 질문 ‘그 도시에 진짜로 버펄로가 있나요?’에 대한 응답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사후에 낙제점수를 받았다. 연상의 효과(suggestive)가 높은 경우는 슬로건을 보자마자 그 도시가 연상되는 경우다. Texas주의 Houston시는 우주발사센터(Space Center)를 연상시키는 ‘The Space City’ 슬로건이 성공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리노이주의 Chicago시는 ‘Second to None’을 내세우며 항상 New York다음으로 제2의 큰 도시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무슨 소리, 둘째가라면 서운한 도시’의 뜻으로 내걸었다. 역시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이는 ‘Make no little plans’였던 슬로건과 ‘The Windy City’ ‘The Second City’ ‘City in a Garden’ 등의 이름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효과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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