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일정상회담에 따른 후속대응책 검토에 들어갔다.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의 경우 피해자 지원 확대가 핵심이며,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에 한국이 참여를 결정하면 협의에 들어가는 한편 일본이 주최하는 내년 한중일 정상회의를 상반기로 앞당겨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개인청구권 문제가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여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충실히 한다는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접근할 방침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정상회담 직후 위안부 문제관련 ‘해결’이 아닌 ‘타결’이란 표현을 고집한 것도 이미 법적으로는 해결된 사안임을 못박는 차원이다. 때문에 이 문제는 1995년 설립돼 2007년 해체한 아시아여성기금의 후속 지원사업으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후속사업은 일본 외무성이 맡고 있으며 2008년부터 비영리기구(NPO)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를 찾아 근황을 묻거나 의약품과 일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금년 기준으로 약 1,500만엔(1억4,000만원)의 예산이 계상돼 있으며, 예산규모를 1억엔(9억3,884만원)대로 6배이상 늘리고 지원항목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정부 고위관료는 이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닛케이에 확인했다.
아시아여성기금은 일본 국민의 성금과 일본정부 예산으로 벌인 피해자 지원사업이지만 한국에선 ‘일본의 법적 책임 회피수단’이란 비판이 일면서 다수 피해자가 기금이 주는 돈을 거부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한국과 일본이 수교 50주년인 올해 6월 무렵까지 아시아 여성기금의 남은 자금 약 8,000만엔(7억5,107만원)을 증액해 한국정부에 등록된 생존 피해자(8월기준 47명)의 복지사업에 쓰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교섭의 내막을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총리로서 마음으로부터 동정하며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책임을 느낀다’는 표현을 담은 아베 총리의 편지를 피해자에 전하는 방안을 함께 조정 중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세계문화유산 등록과 관련해 한일이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에 두 정상이 교차 참석한 것도 합의직전까지 갔던 움직임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출발선에 선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양국 국내여론 설득이란 변수가 남아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심리와 산케이신문 지국장 최종판결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연내해결’을 강조했지만 한국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둬 국내정치에 민감한 대일외교에서 양보가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배수진 친 박 대통령이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국 측의 결단을 압박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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