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어느 술집에 거북이가 있다기에 처음엔 믿지 않았다. 올가을 첫 추위가 몰려온 날이었다. 자정 무렵임에도 손님이 많았다. 거북이는 바로 눈에 띄지 않았다. 있어 봤자 손바닥만 하겠거니 하면서 자못 무신경했었다. 술잔이 몇 번 돌고 났을 때였다. 한 친구가 자리를 뜨더니 거북이를 안고 왔다. 깜짝 놀랐다. 등판 지름이 족히 30㎝는 돼 보였다. 누런 흙빛이었다. 누가 섬세하게 세공이라도 한 듯 등판 무늬가 분명하고 정확했다. 모형 아닌가 싶었지만 느릿느릿 다리를 움직이고 목을 주억거리는 게 분명 살아있는 생물이었다. 이름은 몽고메리. 주로 사막에 거주하는 육지 거북이였다. 조심스레 다리와 등판을 만져보았다. 거부반응은 없으나 편해 보이지도 않았다. 테이블 아래 놓고 일행 여섯이 동시에 내려다봤다. 이내 불편했는지 느릿느릿 다리 사이를 빠져나와 주방 쪽으로 이동했다. 그 느림과 누렇고 탁한 색감과 단단하면서도 매끄러운 물성이 흡사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외계의 전령 같았다.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잔상이 오래 떠돌았다. 그러다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다시 마주쳤다. 주방 앞에서 애호박을 천천히 갉아먹고 있었다. 등판의 무늬를 한참 바라봤다. 어떤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암호처럼 던져진 미지의 도형 같은 걸 떠올렸다. 초록색 애호박의 하얀 속이 유독 맑았다. 유성을 본 기분이랄까. 괜히 찬연했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