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의 경기. 이날 대한항공이 KB손해보험을 3-1로 누르고 2연패를 끊은 순간 코트 안팎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팀의 외국인 주포 마이클 산체스(29ㆍ쿠바)의 표정은 어두웠다.
고질적인 허리통증이 올해도 어김없이 시즌 초반부터 자신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쿠바리그에서 뛸 당시 허리 수술을 받은 산체스는 대한항공 입단 이후 매년 통증이 도져 애를 먹고 있다.
불시에 찾아오는 허리 통증에 경기력도 들쭉날쭉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산체스는 김학민(32ㆍ19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6점(공격성공률 36.67%)을 올렸지만 1세트에서는 7번 공격에 단 1득점, 공격성공률 16.67%에 그칠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풀어가던 산체스는 승리가 확정된 후에도 홀로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주포 산체스의 경기력이 널 뛰면서 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던 대한항공이 3연승 이후 2연패에 빠졌던 것도 산체스의 허리 상태와 맥을 같이 한다.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1라운드를 2위로 마무리하며 상위권에 연착륙했지만 대한항공 김종민(41)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팀이 살아나기 위해선 산체스가 제 몫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던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산체스가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오늘 정도로 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의 공격력을 보인다면 다음부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산체스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그간 허리 부상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며 “한국에선 외국인 선수가 한 명이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최선을 다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산체스의 상태는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그가 통증을 이겨내고 제 페이스를 되찾을 때까지 대한항공은 2라운드에서도 ‘산체스의 허리’에 울고 웃을 전망이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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