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의 마지막 한 구절이다. 시의 서정성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무서리’는 늦가을에 처음 묽게 내리는 서리를 뜻하는 말로 사실 농부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존재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마지막 서리가 끝나는 봄에 농사를 시작하고 늦가을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을 마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시기를 농작물의 생육이 가능한 무상기간(無霜期間)이라고 부른다. 역사를 보면 1670년 경술년 현종 시절 전라도 지역에 8월 중순 서리가 내려 농작물의 피해가 극심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해 흉년이 든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픔에 시달렸던 백성들은 ‘오뉴월 여자의 한’보다 더 끔찍하고 무서운 경험을 했으리라. 지금 차디찬 서리가 내린 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가을날의 푸름을 머금은 작은 생명과의 이별이 아쉽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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