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지난 2년간 부산~서울대역전경주대회(경부역전마라톤)에서 ‘영광의 꼴찌’였다. 중ㆍ고생들이 ‘오합지졸’ 모인 팀에는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중학교 1학년생까지 발 벗고 나설 정도였다. 이들이 500km가 넘는 국토종단 레이스를 완주했을 때, 부산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 이가 없었다. 비록 성적은 꼴찌였지만 가장 투지를 불태운 이들에게 돌아가는 ‘감투상’은 2년 연속 부산에게 돌아갔다.
부산이 경부역전마라톤에 돌아온 지 올해로 3년째다. 선수 수급 문제로 11년 동안이나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던 부산은 2013년부터 다시 경부역전마라톤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4, 5위권을 다툴 정도로 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광역시의 한계를 뛰어넘기 어려웠다. 도민체전이 열리는 도 지역에서는 산하에 여러 개 실업팀을 거느리고 있지만 부산의 경우 대학 팀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성적도 내지 못하는 대회에 왜 나가느냐’라는 원성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올해부터‘한반도 통일 대역전경주대회: 한라에서 백두까지’로 대회 명칭이 바뀌었고, 출발선도 부산시청이 아니라 제주도청으로 바뀌었다. 60년간 경부역전마라톤의 출발지는 늘 부산이었고 대회 개회식과 각종 행사도 이곳에서 열렸지만 갑작스레 제주에 모든 것을 넘기게 됐다. 부산 입장에서는 섭섭할 만도 하지만 대회 참가를 계속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중ㆍ장거리 육상의 부흥을 부산에서 일으키겠다는 꿈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실업팀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은 어린 중ㆍ고교생 선수들이었다. 지난 2년간 부산은 지역 중ㆍ고교생들을 전부 끌어 모아 겨우 엔트리 신청을 냈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산체고와 동주중에서 뛰는 학생 선수들로만 팀을 꾸려 다시 신발끈을 맸다. 엘리트 선수들이 출전하는 다른 시ㆍ도에 비해 객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지만 그만큼 미래는 밝다.
부산 선수들에게는 전국의 내로라 하는 엘리트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만호(57) 부산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부산의 육상 꿈나무 선수들이 역전마라톤에서 엘리트, 국가대표 선수들과 레이스를 펼쳐보는 것은 앞으로 이들의 선수 생활을 위해서라도 의미가 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은 실제로 역전마라톤의 지속적인 출전을 기폭제로 삼아 중ㆍ장거리 종목 실업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출신 중ㆍ고등부 선수들을 타지로 내보내지 않고 부산에서 포용할 수 있도록 둥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 전무이사는 “부산은 한국장대높이 뛰기의 메카일 정도로 육상이 강한 도시다. 마라톤 등 로드레이스 종목만 살아난다면 전국체전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