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중인 지미 카터(91) 전 미국 대통령이 2일 국제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집을 짓기 위해 흰색 보호모를 쓰고 망치 등 연장이 들어있는 가죽 벨트를 두르고 일하는 그의 모습은 여느 자원봉사자나 다를 것이 없었다.
카터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건강 상태가 좋다”며 “아직은 스케줄을 줄이지 않았다”고 활기찬 얼굴로 말했다. 그는 “암이 더 나빠지면 (죽을 날이)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나이가 들수록 좀 더 감성적이 된다”며 새 집을 얻은 사람들에게 집 열쇠와 성경을 넘겨줄 때가 가장 기쁜 순간이라고 말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이르게 해비타트 집짓기 장소에 도착한 카터 전 대통령은 파란색 점퍼를 벗고 펜과 줄자, 해머 등 건축용 도구를 가져와 준비를 마쳤다. 아내 로절린 카터(88)도 옆에서 벽 버팀대를 설치하고 연장을 가지고 와서 못을 뽑아냈다. 로절린은 “힘이 드네요”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카터는 “일하고 있을 때는 방해 받고 싶지 않다”며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사진을 찍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터 재단은 1984년부터 31년간 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에 참여해 왔다. 백악관을 떠난 이후 카터는 14개국 3943개 사업장에서 일을 해왔다. 이를 통해 500만 명 가량이 도움을 받았다. 카터 부부는 매년 한주씩 해비타트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조나단 렉포드 해비타트 대표는 “카터 전 대통령은 암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며 “그는 집중력이 높고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카터는 지난 8월 뇌종양 4개를 제거하기 위해 방사능 치료를 받았다. 이와 함께 암세포를 찾아내는 면역체계를 지원하는 신약을 복용하고 있다. 카터는 “계속 이 약을 복용할 것”이라며 “의사들이 약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를 잘 받고 있고 지금까지 치료 후 아프거나 불편했던 적이 없다”며 “이번 치료법으로 암을 제거할 수 있는 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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