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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개성 만월대 간 국회 외통위 '6시간 방북기'

입력
2015.11.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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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위원장 등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들이 2일 북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현장을 시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제공
나경원 위원장 등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들이 2일 북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현장을 시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제공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16명이 2일 ‘특별한 방북’을 했습니다. 이들은 오전 9시30분에 북으로 들어가 고려 왕궁터이자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인 개성 만월대(滿月臺) 발굴 현장과 고려 성균관, 개성 민속여관, 왕건릉 등을 둘러보고 오후 4시 무렵 남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날 방문지 중 단연 관심은 만월대였는데요, 경기 개성시 송악산(松嶽山)에 있는 만월대는 919년(태조 2) 정월에 태조가 송악산 남쪽 기슭에 도읍을 정하고 궁궐을 창건한 이래 1361년(공민왕 10) 홍건적의 침입으로 소실될 때까지 고려왕의 주된 거처였다고 합니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여야의원이 함께 개성공단 이외 지역을 북한 땅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외통위 역시 2년 전인 2013년 개성공단을 찾았습니다. 그런 외통위원들의 이번 방북은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달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안하고 나경원 외통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합의하면서 이뤄졌습니다. 원 의원은 이날 “사실 올해도 개성공단을 찾으려 했지만 북측의 난색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남북 학자들이 함께 발굴하고 있다는 만월대가 떠올랐다”며 “남북이 함께 작업했다는 의미도 있고 특히 비정치적인 분야인 역사 유적이라는 점에서 꼭 한 번 가봤으면 해서 제안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만월대를 학자나 정부 관계자가 아닌 이들이 찾은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날 의원들이 ‘첫 번째’ 손님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 사업은 남측 남북역사학자교류협회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가 주체가 돼 고려왕궁 만월대 터 약 25만㎡ 중 서부 건축군 3만3,000㎡를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ㆍ조사하는 사업으로, 지난 2007년 첫 삽을 떴습니다. 이후 남북간 교류·협력사업이 뜸 했던 2010년까지 네 차례 공동 발굴ㆍ조사 사업이 이뤄졌고, 2011년에는 수해를 입은 건물지, 석축의 복구 작업을 공동으로 벌였고 지난해 7월 사업을 재개해 올해 6개월에 걸쳐 복원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총 1만 1,700여㎡를 발굴, 사업 진척률이 35.5%에 이르렀고, 고려시대 원통형 청자와 명문 기와 등 유물 총 1만여 점을 수습하고 정전과 경령전 등 건물터 20개동의 배치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그동안은 매회 2개월 이하의 제한된 조사기간과 발굴 중단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난해 공동발굴 재개를 계기로 올해는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6개월간(6월 1일~11월 30일)의 조사에 합의했습니다. 원 의원은 현장을 보고 온 느낌을 묻자 “만월대는 기대보다 훨씬 대단했다”며 “지상으로부터 몇 미터 위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만월대의 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북측은 상당히 우호적으로 ‘남측의 특별한 손님’들을 맞았다고 합니다. 현장에 있던 북측 민화협 관계자 20여 명은 의원들 옆에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줬다고 합니다. 남북이 함께 발굴한 만월대 유물을 전시한 고려성균관(경공업 전문가를 키우는 북한의 대학)을 찾았을 때는 다른 외부 관람객은 없이 남측 방문단만 안내를 받았습니다. 유물 관람 뒤에는 의원들은 ‘개성 민속여관’에서 북측이 제공한 단호박 영양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는데, 북측은 고려시대 양반이 먹던 11첩 반상이라 소개했다고 합니다. 반주로는 ‘대동강맥주’와 개성 특산물인 ‘송학소주’가 나왔습니다. 식사와 반주로 분위기가 좋아졌는지 나경원 외통위원장이 “개성여관을 둘러볼 수 있느냐”고 즉석 제안을 하자, 시설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6시간 가량의 짧지만 의미 있는 만월대 방문을 마치고 돌아 온 원 의원은 이번 방북의 의미를 묻자 “북한이 남북관계를 지금보다는 진전시킬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남북이 뜻을 모으기 쉬운 역사문화 분야부터 과감하게 남북 교류를 넓혀 갈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앞으로 예산을 늘려서라도 만월대뿐만 아니라 평양과 비무장지대(DMZ)의 공동 발굴을 늘려가자고 뜻을 모았다고 합니다.

특히 원 의원은 이런 맥락에서 DMZ 안에 있는 궁예 도성을 남북이 평화역사지구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궁예 도성은 DMZ 안에서도 남측과 북측 지역에 걸쳐 있는 상태”라며 “이를 함께 발굴하고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남북 교류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원 의원은 앞선 국정감사 기간 동안 통일부 등 관계 기관에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달 1일 국회에서 ‘DMZ 평화적 이용과 남북역사문화교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관련 논의를 진전시켜보겠다는 계획입니다.

원 의원의 ‘만월대 자랑’을 들으면서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그 웅장함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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