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의 정신지체 남성과 이혼한 중국여성이 낸 귀화신청에 대해 법원이 허가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행정1부(부장 곽종훈)는 중국 국적의 여성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귀화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귀화를 허가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01년 10월 한국 국적의 남성 B씨와 혼인신고를 한 후 같은 해 12월 입국, 이듬해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B씨의 집에서 시부모와 함께 살았다. 앞서 A씨는 중국에서 만난 B씨의 어머니로부터 B씨가 8살 때 교통사고로 머리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B씨 어머니는 A씨에게 “의술이 발달해 좋은 약이 많이 나오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고, 이에 A씨도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B씨의 증세는 A씨의 예상보다 더 심했다. A씨는 자신 앞에서 옷 벗기를 거부하는 B씨와 부부관계도 갖지 못했다. 시부모의 구박도 심했다. 시아버지는 “도망갈지 모른다”며 A씨의 휴대폰을 부쉈고, 시어머니는 정신연령이 낮은 B씨가 억지를 부리면 A씨가 시킨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후 2002년 3월 B씨가 “오징어가 먹고 싶다”고 떼를 쓰자, 시어머니는 “서방에게 시켰냐. 그런 며느리는 필요 없다”며 A씨를 집에서 내쫓았다.
하지만 A씨는 혼인관계 유지를 위해 이후에도 1~2주에 한번 B씨의 집에 방문하고 “혼례 비용을 보상하라”는 시아버지에게 1,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체류연장을 위해 귀화가 필요했던 A씨는 시부모의 비협조로 결국 2009년 법무부에 낸 귀화 신청에서 탈락했다. 2006년 ‘귀화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B씨의 약속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에 B씨와 이혼한 A씨는 “B씨와 그 부모의 책임으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귀화를 허가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혼인 전 B씨의 어머니로부터 사고 내용 및 치료 사실을 듣기는 했지만 그 정도 설명만으로 부부관계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 지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외국 국적의 여성들이 국적 취득을 위해 한국 남성의 연령, 장애 등을 감수하고 혼인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의 부모는 비인격적인 대우로 혼인생활을 더 어렵게 했다”며 “A씨가 국적 취득만을 목적으로 혼인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귀화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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