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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의 실종… 개성 강한 작가들 부상에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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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의 실종… 개성 강한 작가들 부상에 희망

입력
2015.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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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열린 제48회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평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형중 평론가, 권여선 소설가, 신용목 시인, 정홍수 평론가, 양경언 평론가, 은희경 소설가, 서희원 평론가.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지난달 29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열린 제48회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평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형중 평론가, 권여선 소설가, 신용목 시인, 정홍수 평론가, 양경언 평론가, 은희경 소설가, 서희원 평론가.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한 해 동안 쓰여진 최고의 한국 소설에 수여하는 제 48회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이 29일 오후 한국일보 사옥에서 열렸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소설가 은희경 권여선씨, 문학평론가 정홍수 김형중 서희원 양경언씨, 시인 신용목씨는 이날 예신에서 대상작 총 74권 중 김성중 소설집 ‘국경시장’, 김솔 소설집 ‘암스테르담 가라지세일 두 번째’, 김종옥 소설집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김채원 소설집 ‘쪽배의 노래’, 박성원 소설집 ‘고백’, 윤이형 중편 ‘개인적 기억’, 이장욱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전성태 소설집 ‘두 번의 자화상’, 정용준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최진영 중편 ‘구의 증명’(작가명 가나다 순)의 총 10권을 본심에 올렸다.

지난 한 해 출간된 소설들을 검토한 심사위원들은 특색 있는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장편에서 눈에 띄는 성취가 없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대상작 74권 중 장편은 절반 가량인 35권이었지만, 본심 진출작에는 한 편도 포함되지 않았다. 6월 소설가 신경숙씨 표절 논란 여파로 작가들이 발간을 미룬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희원 평론가는 “장편이라고 볼 수 있을 만한 작품을 찾기 힘들었다”며 “장편이라 해도 기존의 세계가 그대로 담겨있는 경우가 많아 (작가들이) 문학적 세계를 못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신용목 시인은 “올해 제일 큰 특징은 소설가들이 글을 안 쓰는 시기가 길었던 것”이라며 “시는 실패를 해도 실험으로 평가 받는 반면 소설은 그렇지 않으니 시도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준, 김솔, 최진영, 윤이형 등 독특한 작품 세계로 ‘문제적’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닌 젊은 작가들이 자리를 잡아간다는 것에 대해선 대부분 의견을 같이 했다. 권여선 소설가는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작가들이 저마다 뿌리를 내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문학이 위축되는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양성과 깊이를 다져가고 있다”고 평했다. 은희경 소설가도 “장편이 안 나온 건 아쉽지만 위축된 상황 치고는 열정을 발휘해 작품 활동을 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동의했다.

사회상을 반영하기보다 내면 세계에 천착하는 경향도 보였다. 김형중 평론가는 “몇 년 전까지 아이디어와 정보에 의존한 소설이 꽤 있었는데 요즘엔 점점 더 성찰적으로 변해가는 게 눈에 띈다”며 “자신의 기억을 소설화한다든가 내면을 돌아보고 고민하는 작가들이 늘어났다”고 평했다. 신용목 시인은 “이전엔 서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내면이 표현됐다면 요즘엔 서사가 내면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정된 본심 후보작들은 2일부터 격일로 이어질 후보작 릴레이 지상 중계를 통해 소개된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한국일보문학상 이렇게 바뀝니다

올해 48회를 맞은 한국일보문학상은 시상 대상에서 단편을 제외하고, 심사 방식을 변경했다. 6월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당시 불거졌던 문학상 제도에 대한 비판에서 언론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통감, 한국 문학을 풍요롭게 하는 데에 보다 보탬이 될 길을 고민한 결과다.

한국일보문학상은 지난해까지 문예지에 실린 단편, 단행본으로 출간된 장편을 심사 대상으로 삼았으나 올해부터 단행본으로 나온 단편집, 중편, 장편소설로 바꾸었다. 소설의 분량과 작가가 들이는 노력이 판이할 단편과 장편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수용했다. 장편이라면 작품 수준에 부가적인 ‘노력 점수’를 주던 관행을 없애고 더욱 엄정한 심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사 방식도 소장 평론가와 작가로 이뤄진 예심위원 3명, 중견 평론가ㆍ작가로 구성된 본심위원 3명으로 나누어 진행했던 것을 7명의 심사위원 전원이 예심과 본심을 함께 보는 것으로 바꿨다. 이는 한 해 동안 나온 소설 전체를 검토하기에 3명이 너무 적다는 것, 심사위원 연령에 따라 평가의 무게를 달리하는 것이 불합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작가와 평론가로만 구성됐던 심사위원단에 처음으로 시인이 포함된 것도 변화다.

한국일보문학상은 앞으로도 가장 뛰어난 소설을 선정하기 위해 연령, 출신, 직업을 배제한 다양한 시선들을 수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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