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의 근육강화제를 밀수해 불법으로 유통한 일당이 무더기로 실형을 받았다. 이들은 판매대금을 빼돌리려는 조직원을 납치해 감금ㆍ폭행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손승온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ㆍ공동상해 등)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조직 총책 임모(36)씨 등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2월 및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판매책 김모(38)씨는 징역 10월 및 벌금 1,000만원, 해외 수입책 이모(23)씨 등 3명은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납치ㆍ감금ㆍ폭행에 가담한 고모(32)씨 등 2명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임씨 등은 2013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태국에서 2억8,000만원어치 스테로이드 성분의 의약품을 허가 받지 않고 밀반입했다. 이들은 밀수한 스테로이드 제품을 약 5억2,000만원에 팔아 넘겼다.
이들은 역할을 분담해 해외 공급책으로부터 물건을 넘겨 받은 배송책이 국내에 스테로이드제를 몰래 들여와 인터넷으로 광고하고 판매책은 대포폰으로 연락해 구매자들에게 택배로 물건을 건넸다.
임씨 등은 2월 배송책 중 한 명인 A씨가 자신의 통장이 거래에 이용되는 것을 불안해 하며 통장 속의 판매대금을 빼내 달아나려 하자 인천국제공항에서 A씨를 납치했다. 이들은 강남구 역삼동의 룸살롱과 경기 구리 일대로 A씨를 끌고 다니며 3,400만원을 뜯어냈다.
경찰은 A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해 일당을 검거하고 2억원가량의 스테로이드제와 거래 대금 2,100만원을 압수했다.
재판부는 “임씨 등이 수입ㆍ판매한 스테로이드 제품은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위험성이 높은데도 허가ㆍ신고 없이 수입한 점, 판매 규모가 매우 크고 기간도 긴 점, 공범들과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실행한 점 등 때문에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납치 등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판매수익금과 의약품들이 압수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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