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북핵 등 56개항 합의에도 '역사 직시·미래 지향' 봉합 공허
朴대통령 "정치·안보서 갈등 반복", 리커창 " 역사 문제는 신뢰 전제"
동북아 외교지형 불안 안 가셔… 아시아 패러독스 극복도 과제로
"G2 대립 속 한국 능동외교 필요"
3년 반 만에 재개된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1일 막을 내렸지만 동북아 핵심 3국의 협력 완성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세 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교역 투자 확대, 북핵 및 글로벌 이슈 협력 강화에 합의했으나 과거사 안보 갈등 상황은 여실히 드러냈다. ‘아시아 패러독스’(동북아 국가 간 경제 의존 심화에 비해 안보 정치 갈등은 고조되는 현상)가 심화하면서 한국 외교의 입지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경제ㆍ북핵 협력은 성과, 정치ㆍ안보 반목은 여전
이날 3국 정상회담 후 ‘동북아 평화 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을 통해 세 나라는 56개 항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및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가속화, 전자상거래 및 민간 차원 교역ㆍ투자 활성화 등 경제협력 성과는 눈에 띈다. 또 의미 있는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원칙 확인, 대테러 분야와 폭력적 극단주의 대처 등 한중일 3국의 협력 범위를 넓혀가기로 한 대목도 3국 정상회담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3국 간 최대 현안인 과거사 갈등은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해 나간다’는 표현으로 봉합됐다. 동티는 곧바로 드러났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역사 문제를 비롯한 중대한 사무에 대한 공동 인식은 (정치적) 상호 신뢰의 전제 조건”이라며 일본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3국 협력체제에 다시 파장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고 양자관계, 3자관계에 우여곡절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3국은 과거를 총정리하고 서로 마주보면서 걸어가며 정치안보와 경제발전의 두 바퀴를 같이 돌린다는 큰 방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라고 할 수 있는 동북아에서 경제적 상호의존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지만 정치 안보 측면의 갈등과 반복을 가져오는 문제들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무한한 협력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시아 패러독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불안한 동북아 외교지형 극복 대안 필요
한중일 간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 갈등, 센카쿠 열도 등 영토 분쟁이 해소될 기미가 없다는 점도 3국 협력이 더 진전되지 못하게 하는 요소다. 1999년 11월 시작된 3국 정상회담이 2012년 5월 이후 중단됐다 재개되는 과정도 세 나라의 애증 관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집권과 우경화 행보로 한국과 중국의 대일관계는 최악이었고, 미국이 일본 뒤를 받쳐주며 G2(세계 주요2개국)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자 상황은 더 꼬여갔다.
그러나 견원지간이던 중일이 물밑 교섭 끝에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을 재개하자 한국이 다급해졌다. 미국의 압박도 더해지면서 지난 3월 한일중 외교장관회의 개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 양국 정상 교차 참석 등 관계 복원 수순 끝에 이번에 한일중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을 재개하게 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3국 정상회담 개최 일정 하나를 잡지 못해 두 달여 이상 갈등했을 만큼 한중일 관계는 불편한 상태여서 이번 회담의 한계는 뚜렷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최근 미중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으로 경제 주도권 다툼에 이미 돌입했고,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와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어 동북아 외교지형 자체가 불안정하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간 리더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양국의 눈치만 보면 우리에겐 압력만 높아진다”며 “보편적 국제규범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국익과 연계, 밀고 나갈 건 밀고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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