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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최용수의 의리와 차두리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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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최용수의 의리와 차두리의 희생

입력
2015.11.0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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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시즌 개막부터 선수, 스태프 모두 고생했다. 믿음의 문제도 있었다. 돈만 좇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최용수(42) FC서울 감독은 지난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감독실에서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팀 잔류를 못박았다. 그는 당시 중국 프로축구 장쑤 쑨톈으로부터 2년 6개월간 연봉 총액 50억 원이 넘는 제안을 받았지만, 결국 거절했다.

최 감독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EB 하나은행 FA컵 인천 유나이티드와 결승전을 3-1 승리로 마무리한 후 4개월 전 잔류 선언을 떠올리며 "올 시즌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도중 구단과 선수, 팬들을 버리고 돈을 좇아 중국으로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리더의 덕목을 몸소 느낀 올 시즌이었다. 최 감독은 의리를 지키며 구단과 선수, 팬 모두를 끌어안았다. FA컵 우승을 통해 '원 팀(One Team)'으로 재탄생한 서울은 K리그 막판 순위 경쟁에서도 상승세를 탈 동력을 얻게 됐다. 3경기를 남겨둔 현재 서울은 16승10무9패(승점 58)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2위 포항 스틸러스(17승11무7패ㆍ승점 62)와 승점은 불과 4점 차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2위 도약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이 우승하기까지 주장 차두리(35)의 역할도 컸다.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다카하기 요지로, 윤일록 등 동료 선수들과 최 감독은 그를 향해 존경을 표했다. 특히 "팀 적응을 하는 데 차두리가 많은 도움을 줬다. FA컵은 그가 우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선물을 주고 싶다"고 밝힌 다카하기는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뽑아내며 차두리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도왔다.

차두리는 완장을 찬 주장답게 그라운드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며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차두리는 우승 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남은 K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오늘 경기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FA컵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K리그 마지막까지 주장으로서 소임을 다해야 했지만, 지난 한 달간 발바닥 통증이 낫지 않는 바람에 약을 먹고 참으면서 훈련하고 출전했다. 뜻 깊은 결과를 얻었으니 몸을 생각해서라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부상 통증에도 내색하지 않고 불굴의 투지로 뛰었던 차두리다.

차두리는 은퇴를 놓고 최용수 감독과 상의를 할 예정이다. 앞서 "차두리는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 경기일지 모른다"다고 언급한 최 감독은 그의 은퇴를 만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A컵 결승전은 차두리의 마지막 홈경기가 아닌 은퇴 경기가 된 셈이다.

차두리는 이날 엔트리에 들지 못한 후배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날이 있기까지 함께 한 선수들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 선수들이 있었기에 결승전에 올라올 수 있었다.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모두 큰 역할을 해줬다"며 끝까지 리더다운 면모를 보였다.

최 감독의 의리와 차두리의 희생은 서울이 올해 승승장구하는 데 구심점이 됐다.

사진=최용수-차두리-FC서울 선수들(위부터 순서대로, KFA 제공).

서울월드컵=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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