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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입력
2015.11.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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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1983년 6월 30일부터 장장 138일간에 걸쳐 5만여 명이 출연한 역사적 방송, 분단이 빚어낸 슬픈 감동의 드라마였다. 삼십 년이 지났지만 이산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금강산에서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을 보며 60년이 넘는 세월도 혈육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다시 느꼈다.

흔히 인연을 얘기할 때 ‘뗄래야 뗄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의 잘못이다. ‘떼려야’는 ‘떼다’의 ‘떼’와 ‘려야’가 결합한 말로 ‘-려야’는 ‘-려고 하여야’가 줄어든 것이다. 즉 ‘떼려고 하여야 뗄 수 없는’이 줄어 ‘떼려야 뗄 수 없는’이 된 것이다. ‘떼’에 ‘ㄹ래야’가 결합한 ‘뗄래야’는 풀어 쓰면 ‘뗄라고 해야’가 되는데 이는 표준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갈래야 갈 수 없는 고향’도 ‘가려야 갈 수 없는 고향’으로 쓰는 것이 맞다. ‘가려야’는 ‘갈라고 해야’가 아니라 ‘가려고 해야’가 줄어든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먹을래야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아니라 ‘먹으려야 먹을 수 없는 음식’, ‘볼래야 볼 수 없는 광경’이 아니라 ‘보려야 볼 수 없는 광경’, ‘할래야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하려야 할 수 없는 일’로 쓰는 것이 맞다.

많은 사람들이 ‘떼려야’가 맞는 표현이라고 해도 ‘뗄래야’가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아마도 입에 익지 않아서일 것이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뗄래야’를 계속 고집한다면 언젠가는 규정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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