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김태형 두산 감독이 진한 샴페인 향과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김태형 감독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닌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로 이겨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오른 '초보'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 3위로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감독이 됐고, 한 팀(두산ㆍOB 포함)에서 선수(1995, 2001년)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맛보는 역대 첫 주인공이 됐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홈 팬들이 보는 앞에서 헹가래를 받고 싶다"며 5차전에서 승부를 끝내겠다던 다짐처럼 그는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팀에 우승을 안겼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 우승을 한 기쁨이 더 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실감이 나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닌 것 같다. 5차전 하면서도 승리 실감이 안 났다. 감독으로 첫 해 너무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기쁘기도 하지만 준비할 것도 많다는 생각도 든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단일팀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기록에 신경 쓰는 스타일은 아닌데 2001년 코치로 우승하고 감독되고도 우승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운이 좋게 잘 된 것 같다. "
-1995년 우승했을 때와 비교하면.
"선수로서 우승했을 때의 기쁨도 컸다. 하지만 감독으로 우승했을 때의 기쁨이 더 큰 것 같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완승으로 흘러갔는데 가장 큰 승인은.
"4차전이 승부처였던 것 같다. 어제 이기면서 오늘은 선발 유희관이 초반만 막아주면 무조건 이길 거란 자신이 있었다."
-포스트시즌의 최대 고비를 꼽는다면.
"어떤 고비라기 보다 NC전 잠실에서 큰 점수차로 졌을 때(3차전) '힘들겠다, 선수들이 지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한국시리즈 첫 경기 역전패(8-9)를 당하고는 기분은 괜찮았다. 야수들이 집중력도 좋고, 타격감도 좋았다. 플레이오프가 고비라고 생각했다."
-기쁘지만 앞으로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시리즈를 통해 작전의 디테일한 부분 등을 더 준비해야 겠단 생각을 했다. 항상 준비가 돼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것과 순간적으로 생각나서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더라. 그런 부분에서 항상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작전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준비하는 게 부족했던 것 같다."
-처음으로 감독에 부임해 정규시즌은 3위로 마쳤다. 부담도 컸을 것 같다.
"팀을 맡으면서 부담은 안 가졌다. 내가 내 야구를 하고, 두산 베어스 다운 야구를 하면 평가는 내가 받는 거고. 큰 부담을 가지진 않았다."
-부상 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계속 나와 힘겨운 시즌을 꾸려왔다.
"부상 선수가 나오면 무조건 그 다음으로 가장 가능성 있는 선수를 믿고 쓰면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항상 2군에서 다음 선수, 그 다음 선수까지 준비를 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전체 시즌을 돌아봤을 때 가장 잘 한 결정은.
"이현승을 마무리로 결정해 성공한 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온 것 같다. 정말 그때는 힘들었다. 윤명준도 감독이 부담을 줘서 자기 페이스 못 잡고 흔들렸고. 노경은도 그렇고. 이현승이 자리를 잡으면서 우승 계기가 된 것 같다."
-리더십 조명 받고 있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주문 한 것이 있다면.
"항상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편하게 하라고 하지만 감독 마음이 편하진 않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선수들에게 안 보이려고 했다. 선수들이 긴장하면 자기 플레이가 안 나온다. 밝은 분위기로 즐겁게 하라고 계속 주문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뭉쳐서 벤치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해서 잘 하더라."
-향후 계획은
"마무리 훈련 준비를 해야 한다."
사진=임민환 기자
잠실=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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