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러시아, 달 정착지 건설 계획
네덜란드 업체는 화성 이주 추진
달 중력 약해 칼로리 소모 낮아
비만한 사람은 더 비만해질 우려
초기 정착단계에선 공간 스트레스
우주 방사선 피폭 문제도 해결해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러시아가 최근 달에 인류를 이주시키는 정착지 건설 계획에 착수했다. 계획에 따르면 달에서 우선 정착 대상지는 평균기온 영하 220도가량인 남극 분지지역이다. EU와 러시아는 이곳에 얼음과 화학물질이 언 채로 보존돼 있어 인류의 생존과 정착에 필요한 원료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화성 정착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연초 네덜란드 한 민간업체가 10년 뒤 화성으로 이주할 우주인을 선발하는 공개 모집을 한 결과 전 세계에서 수만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과연 인간은 지구를 떠나 달과 화성에 정착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달과 화성 등으로의 이주 및 정착을 위해서는 먼저 생존 기반 마련을 위한 개척시기를 거쳐야 한다. 임주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항공우주의학회 연구이사)는 “개척단계에서는 우주비행사 등 고도로 훈련된 이들이 인류 정착에 필요한 요건과 문제를 확인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면서 “이후 확신이 서면 대규모 이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우주 이주가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임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없고, 지구와 떨어져 무중력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마션’의 주인공처럼 화성에 버려졌어도 살아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인드와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척시대를 거쳐 달에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돔과 같은 공간을 마련하더라도 실제 정착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지구와 동일하게 대기 기온 습도 기압 등을 구축하더라도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 중력문제는 ‘넘기 힘든 산’이기 때문이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이다.
초기 정착 시 기저질환 없는 소수만 선택될 듯
재미있는 사실은 비만은 지구에서도 달과 화성에서도 ‘경계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임 교수는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해 어지간한 운동으로는 칼로리 소모가 안 될 것”이라면서 “지구에서보다 덜 먹고 더 많이 운동을 해야 하므로 비만자들은 달에 적응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또 “지구에서처럼 인간이 근골격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양의 중력운동을 해야 한다”면서 “비만한 사람이 달에 가면 칼로리 소모가 이뤄지지 않아 더 비만해져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빈혈과 요로결석도 우주에서의 삶의 결정적 걸림돌이다. 저중력 상태에 장기간 노출되게 되면 심장이 크게 뛸 필요가 없으므로 빈혈 가능성이 높아지고, 뼈도 칼슘 성분이 빠져나감에 따라 흐물흐물해져 요로결석의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과학기술 발달로 달 정착촌이 만들어지면 혈액검사와 소변검사가 중요한 건강검진 항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초기 정착단계에서는 심장, 폐 등에 기저질환이 없고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없는 이들이 우선적으로 정착촌에 입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달 정착에 성공해야 제2,제3의 정착촌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연구에 따르면 우주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신체는 극심한 변화를 겪는다. 우선 척추가 늘어나면서 키가 5cm 정도 커진다. 실제로 국내 최초 우주비행사인 이소연 씨는 우주정거장 생활 하루 만에 키가 3cm 자랐다고 알려져 있다. 허리둘레는 반대로 약 6~10cm 정도 줄어 들고 다리는 가늘어 진다. 이는 우주에서 혈액이 심장과 머리로 몰리기 때문인데, 얼굴은 같은 이유로 훨씬 부풀어 오른다. 골밀도는 감소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뼈에 일상적으로 작용하는 힘과 무게가 없다 보니 파골세포가 뼈를 분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정기관 혼란으로 인해 방향감각도 상실할 수 있다. 평균 기온이 영하 60도에 불과한 화성에서는 혈관이 수축되고 혈액순환이 느려진다. 수면시간도 늦어지고 불규칙해진다.
우주선ㆍ정착촌 좁아 공간스트레스 클 듯
과학자들은 달과 화성 모두 지구처럼 자기장이 없어 태양에서 날아오는 방사선 피폭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류가 생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태형 한국우주과학연구소 소장은 “지구는 외핵에 전기가 흘러 태양에서 날아오는 방사선 물질을 차단하고 있지만, 달과 화성은 핵이 굳어버려 태양에서 날아오는 방사선 물질을 차단할 수 없다”면서 방사선 물질 차단이 정착촌 건설의 선결과제라고 했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정착촌 건설은 제쳐두더라도 화성까지 도달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장은 “현재 무인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하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데 인간을 태우고 화성까지 가려면 최소 1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면서 “영화 ‘마션’과 같이 큰 우주선을 만들어 화성에 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화성정착촌 건설은 현실적으로 요원한 상태”라고 했다. 임 교수는 “정착촌도 크지 않을 것이고 인간을 태우고 갈 우주선도 협소할 것이기 때문에 좁은 공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달과 화성에 대한 관심보다 지구 보존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소장은 “각국이 달과 화성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는 인류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험과 같은 것”이라면서 “건강보험을 들기 전에 자기 몸부터 챙겨야 하는데 파괴되고 있는 지구를 지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보험만 들려고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소장은 “과거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달이 지구보다 중력이 낮아 노인들이 살기에 적합할 것이라 판단해 실버타운을 조성하려 했다”면서 “하지만 달과 화성에 이주한 인류가 파괴된 지구를 쳐다보는 기가 막힌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구 보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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