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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진료과 의견 모아 협진… 美-英 암센터보다 높은 생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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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진료과 의견 모아 협진… 美-英 암센터보다 높은 생존율

입력
2015.10.3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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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5회 이상 회의 열어

'원스톱' 다학제 통합 대면진료

3차원 고해상도 로봇 사용

까다롭고 미세한 수술까지 척척

개복수술 단점 보완한 복강경 수술

단일공 수술로 합병증 비율 낮춰

김준기(왼쪽)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암병원장)가 대장암 환자에게 구멍 하나만 뚫어 시행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김준기(왼쪽)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암병원장)가 대장암 환자에게 구멍 하나만 뚫어 시행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암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준다. 암환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수술 받고 퇴원하려고 한다. 그래서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암병원장 김준기)은 초진 검사는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수술도 가능한 한 최소 침습적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1994년 국내 최초로 대장암 복강경 수술을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첨단형 최소 침습 수술’인 로봇 수술도 적극적이어서 미세한 환부까지 선명히 볼 수 있는 고해상도(HD) 다빈치 수술 로봇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에서 치료한 위암ㆍ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미국과 영국 등지의 세계 최고 암센터보다 훨씬 높다.

다학제 협진으로 환자별 맞춤 치료

다학제 협진은 암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대장암ㆍ위암을 비롯해 유방암 간암 폐식도암 부인암 두경부암 등 주요 암에 대해 의사 4~5명이 환자를 직접 만나 암 진단과 치료에 대한 의견을 동시에 제공한다. 여러 진료과 전문의 의견을 모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계획을 도출해 환자를 만족시키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도 대형 빔프로젝트와 전산시스템, 5명 이상의 의사와 환자와 보호자들이 참석할 수 있는 다학제 통합진료실을 2곳 마련했다. 이곳에서 주 15회 이상 협진회의와 다학제 통합 대면진료를 통해 환자 진단과 치료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져 암 완치를 위한 최적의 복합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암병원을 찾은 폐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35%로, 다학제 협진 도입 이전 17%보다 크게 향상됐다.

구멍 하나만 뚫어 시술하는 복강경 수술

복강경 시술은 가슴을 여는 개복수술의 단점을 극복한 대표적인 최소 침습 수술이다. 복강경 수술은 배를 열지 않고 지름 0.5~1.5㎝인 플라스틱 튜브 구멍을 4~5개 내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뒤 복강경 내 공간을 만든 후 진행한다. 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집어넣어 진행한다. 최근 1개의 구멍만 뚫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도 이뤄지고 있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300건 이상 시행한 유영경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구멍 하나에 복강경과 수술기구를 함께 넣고 조작하므로 기구 간 충동을 피해야 하는 등 고난도 기술과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다.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팀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대장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 257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단일공 복강경 수술 후 합병증을 보이는 비율은 13.2%로 일반 복강경 수술(16.2%)보다 다소 낮았다. 김 교수는 “단일공 대장암 복강경 수술은 절개부위가 좁아 상처 관련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한편 수술효과도 동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했다.

최근 난소암 치료에도 단일공 복강경 수술이 도입됐다. 난소암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많이 발병해 수술 상처를 고민하는 환자가 많다. 난소암은 대부분 초기 증상이 없고 조기 진단도 어려워 많은 환자들이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게 된다. 이근호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 환자는 대부분 8시간 이상 걸리는 대수술을 받아 단일공 복강경 수술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했다.

로봇 수술, 의사 손 떨림까지 막아

최근 복강경 수술보다 더 세밀한 수술이 가능해진 다빈치 로봇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의사가 외부 로봇 조종석에 앉아 4개의 로봇 팔을 이용해 시행하는 수술이다. 사람 손동작보다 세밀히 움직일 수 있어 손의 한계를 뛰어 넘는 수술이 가능하다.

로봇 수술은 3차원의 높은 해상도를 기반으로 환자를 10~15배 확대된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수술용 카메라가 있어 좋은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집도의의 미세한 손 떨림을 막을 수 있다. 현재 로봇 수술은 비뇨기과의 전립선암, 방광암, 콩팥절제술, 신우형성술, 외과의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직장암, 비장절제술, 담낭절제술, 산부인과의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자궁근종, 난소종양수술, 흉부외과의 폐암수술, 심장판막재건술, 심장중격결손, 관상동맥우회술 등에 이용되고 있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로봇 수술과 복강경 수술 중 어느 수술이 우월한지에 대해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로봇 수술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암수술 후 생기는 합병증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송 교수는 “수술 후 췌장염 발생 빈도가 복강경 수술군에서 22.5%에 이른 반면 로봇 수술군에서는 10%로 낮았다”며 “로봇 수술을 통해 암 발생 부위를 좀 더 완전하고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으며 수술자 입장에서는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에 비해 피로도가 적다”고 했다.

특히 콩팥부분절제술 등 고난도 수술에서는 로봇 수술이 복강경 수술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콩팥부분절제술은 한쪽 콩팥을 다 제거하지 않고 종양만을 제거해 콩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인데, 무척 까다롭다”며 “종양이 혈관에 가깝거나 콩팥 내부 깊은 곳에 위치할 경우 로봇 수술이 복강경 수술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 여성 질환인 자궁근종도 로봇 수술이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근종을 제거하고 자궁 기능을 보존해야 하므로 손 떨림을 방지할 수 있는 로봇 수술이 효과적이다. 문제는 다빈치 로봇 수술이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험 많은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중 가장 적합한 수술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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