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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보다 빛났던 강동원의 연기 5

입력
2015.10.3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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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이 사형수 정윤수 역할을 맡았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한 장면.
강동원이 사형수 정윤수 역할을 맡았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한 장면.

배우 강동원이 다음달 5일 신작 영화 ‘검은 사제들’로 돌아온다. 데뷔 시절부터 비현실적인 신체 비율과 순정만화 속에나 있을법한 외모로 주목 받았던 그는 어느새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관객몰이를 하는 13년 차 배우로 성장했다. 조각 같은 외모 덕분에 등장 자체만으로 여심을 저격하는가 하면 아이 같은 눈망울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 연기로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했다. 때로는 뻔뻔함을 숨기지 않는 코믹함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원조 꽃미남에서 진짜 배우로 성장한 강동원의 연기가 빛나던 순간을 꼽아봤다.

1. 늑대의 유혹(2004)

강동원 팬덤의 역사는 이 때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늑대의 유혹’은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한 여고생을 사이에 둔 두 남고생의 삼각관계를 다룬 이 영화에서 강동원은 고등학생 정태성 역을 맡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강동원이 우산을 들어올리며 미소 짓는 장면은 당시 상영관에 있던 여성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화제가 됐다. 지금도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늑대의 유혹’을 검색하면 ‘우산신’이 연관 검색어에 등장할 정도다. 다소 어눌한 말투와 신인 티를 벗지 못한 어색함 때문에 연기력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여심을 완벽하게 사로잡은 풋풋함으로 강동원은 당시 제3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소설가 공지영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를 통해 강동원은 연기력 논란을 단숨에 잠재운다.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대학교수 유정(이나영)과의 만남과 위로,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아낸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영화에서 강동원은 사형수 윤수의 상처를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뚝뚝하게 뱉어내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부터 짧게 깎은 헤어스타일까지. 그 동안 강동원을 규정했던 ‘미소년’의 이미지는 볼 수 없었지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감정연기가 일품이었다. 특히 사형 집행 직전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누나”라고 외친 뒤 이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절규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 충분한 명연기였다.

3. 전우치(2009)

강동원의 능청스러운 코믹연기가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뛰어난 도술 실력을 자랑하는 천방지축 악동도사 전우치 역을 맡은 강동원은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해 화려한 액션을 뽐내며 연기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부터 좀 변해볼까?”란 장난기 넘치는 대사와 함께 공중에 부적을 휘날리며 자유자재로 모습을 변화시키는 전우치로 강동원은 ‘코믹 액션’이 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한다. 분신술로 만든 가짜 전우치 11명이 요괴와 싸우는 장면을 비롯해 말 많고 익살스러운 초랭이 역의 유해진과 찰떡 콤비도 볼거리였다. 영화 개봉 당시 강동원은 “신나는 영화를 찍으니 말도 많아지고 성격도 밝아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4. 의형제(2010)

충무로 최고의 배우로 꼽히는 송강호와의 호흡 자체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작전 실패로 버림 받은 남파공작원 송지원 역으로 출연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송지원의 불안함과 초조함을 흔들리는 눈빛을 통해 잘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자신을 동업자로만 취급한다고 여겼던 전직 국가정보원 요원 이한규가 “이북에서도 제사는 지낸다지?”라며 지원의 신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은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강동원 본인도 당시 “송지원 역은 지금까지 연기한 배역 중 가장 힘들었던 캐릭터”라며 “특히 제사 신에 감정이입을 많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동원은 이 작품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5. 군도-민란의 시대(2014)

악역도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다를 역설을 여실히 보여준 영화였다.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인 조윤 역으로 강동원은 극중 양민을 수탈하는 당대 악의 화신으로 변신했다. 시종일관 비열한 표정을 지으며 극악무도한 수법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백성의 곳간을 훔치지만 서자의 서러움과 한으로 가득 찬 역할이었다. 강동원은 서늘한 눈빛과 날카로운 콧날에 조윤의 이러한 양면성을 충실히 담아냈다. 군도 무리와의 검 대결 중 상투가 잘리며 긴 머리카락이 확 풀리는 장면은 특히 영화의 압권으로 꼽힌다.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마치 선녀를 연상시키는 이 모습에 관객들은 “역시 강동원의 미모”라며 감탄했고 이 장면 하나로 군도는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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