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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맞은 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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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맞은 어묵

입력
2015.10.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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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관광 명소가 된 부산 깡통시장 오뎅 골목에서 손님들이 어묵을 고르고 있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29일 관광 명소가 된 부산 깡통시장 오뎅 골목에서 손님들이 어묵을 고르고 있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외국인들이 어묵꼬치를 물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식당 밑반찬으로 어묵이 빠지는 경우도 없다. 역과 공항의 목 좋은 상점은 어묵 가게가 차지해 있다. 콧대 높은 백화점들도 어묵에 매장을 내주고 있다. 거의 하루 1,000명 이상의 손님이 들른다. 본고장 부산에서의 어묵 열기다.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던 광산이 금맥의 재발견으로 골드러시를 이룬 형국이다.

어묵 열풍은 부산의 부평 깡통시장 ‘오뎅 골목’에서 시작됐다. 부산의 현대사와 함께 호흡한 이 재래시장은 서민의 곯은 배를 채워준 애환이 서린 역사적 공간이다. 입구부터 어묵 가게다. 채소와 과일가게를 한두 집 지나다 보면 또 어묵이다. 대원 미도 영진 환공 오륙도 장돌이 명품 효성 갈매기 범표 삼진 고래사 국제 등 이름도 각양각색. 시장 내부 반경 100m내 크고 작은 어묵 가게 20여 곳에 손님들로 가득했다. 시장 상인은 “2,3년 전만 해도 매장 매매가격이 평당 2,000만~3,000만원 했지만 에 최근엔 7,000만원까지 호가한다”고 전했다.

대형매장인 부산대원어묵 진열대엔 30여종의 어묵이 손님 눈길을 붙잡았다. 생김새대로 꼬치 사각 삼각 원형 막대기 어묵이, 첨가재료에 따라 계란 날치알 버섯 당근 야채 양파 치즈어묵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묵을 고른 손님들은 매장 내 자동 조리기를 이용해 즉석에서 어묵탕을 끓여먹기도 했다. 김재원 부산대원어묵 마케팅팀장은 “고로케가 간식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김치 문어 새우 잡채 치즈 카레 등 가짓수가 늘어 외국인과 관광객들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치열해진 경쟁은 재래시장 풍경도 바꿨다. 최근 3층 건물에 문을 연 미도수제어묵. 1층엔 부산역, 김해공항에서 볼 수 있는 베이커리 형태의 어묵 판매점이 들어섰고 2층에는 커피전문점, 3층엔 조그만 어묵 역사관이 섰다. 매장에서 수제 어묵을 고른 뒤 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좌판음식의 놀라운 변신이다.

어묵가게가 부평 깡통시장에 밀집돼 있다면 어묵공장은 바다가 가까운 사하구 장림동 무지개공단 일대에 몰려 있다. 미도 영진 삼진 고래사 효성 해맑은 등대 세광 대광 금진 세정 맛뜰안 참식품 등 부산의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매일 싱싱한 어묵을 전국 각지로 나른다. 미도어묵 정혜문 관리팀장은 “자동 포장기계를 도입해 업무효율성을 높였고 CCTV를 설치해 공장 곳곳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묵시장은 CJ그룹과 사조대림, 한성, 동원, 풀무원 등 대기업 제품과 삼진과 고래사 등 부산 지역업체 제품으로 양분돼 있다.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보이는 어묵시장이 연간 5,000억원 규모로 커지자 고로케 등 신제품 개발과 베이커리형 매장 신설 등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주로 대형마트에 깔리는 대기업 제품과 달리 전국 도ㆍ소매업체에 제공하던 부산업체들은 어묵 유통기간을 늘려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거기다 사계절 식품화와 세계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으니 확장 추세가 거침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확대에 비례해 설비투자와 마케팅비용이 증가하면서 일부 업체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대형화와 수익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돼 수년 내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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