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대검 차장이 차기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거론된 후보 면면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인사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출신 지역과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김 차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TK(대구ㆍ경북) 출신인 점을 염두에 둔 설명이나 TK 기용설이 이미 한참 전부터 퍼져있던 터라 의미를 부여할만한 것은 아니다.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에게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주문이 교과서처럼 따르지만 이번에는 특히 그 무게가 다르다. 총선과 대선 등 두 차례의 큰 선거를 공정하게 치러야 할 소임이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역대 대선에서 검찰이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은 때가 드물었다.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 후보의 정치자금 수사 여부가,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쟁점이었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의 BBK사건 수사가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 사건에서 얻는 교훈은 검찰의 선거 간여는 반드시 후유증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선거뿐만이 아니다. 정권 말기에는 늘 권력형 비리가 불거진다. 박 대통령과 남은 2년의 임기를 함께 하게 될 신임 검찰총장이 이런 사건 수사에서 검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어쨌든 정권의 마지막 총장은 정치적 중립이 흔들릴 소지가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러기 때문이라도 신임 검찰총장은 누구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노력에 앞장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검찰의 수장이 뚜렷한 소신과 각오를 갖고 있지 않으면 검찰의 명예와 위상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김진태 검찰’에게 좋은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유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 청와대와 여권이 연루된 굵직한 사건에서 검찰은 윗선의 입맛에 맞게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비판을 늘 받아왔다. 당당하고 소신 있는 검찰이 아니라 청와대를 의식한 눈치보기나 하명 수사에 치중해왔다는 것이다. 신임 총장은 검찰에 대한 이런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청와대가 검찰 권력을 움켜쥐려 하는 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요원하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의 검찰 장악력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총장의 권한은 그만큼 약해진 셈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임기 중 정치검찰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 약속을 지켜야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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