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최근 햄ㆍ소시지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과 마찬가지로 암유발 위험이 큰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자 WHO가 “육식을 완전히 그만두란 의미는 아니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WHO 대변인은 30일 “최근 발표한 IARC보고서는 가공육 섭취를 중단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를 줄이면 대장ㆍ직장암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 보고서는 발암 위험을 낮추려면 가공육을 적당히 섭취하라는 WHO의 기존 권고를 재확인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까지 연구 결과로는 안전한 섭취 허용량이 어느 정도인지 규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IARC는 “육류 섭취와 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800여 건의 연구 조사를 검토한 결과, 소시지나 햄, 통조림, 말린 고기 등 가공육을 섭취하는 것이 직장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진다는 것이다. 가공하지 않은 붉은 고기도 암 유발 효과가 있다는 일부 제한적 증거가 있다고도 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가공육 시장에선 햄과 소시지 등 제품 판매량이 급감했고 육류 업체들은 강력 반발했다. ‘스팸’ 등을 판매하는 육가공 기업 호멜 푸드는 “WHO가 단백질 등 중요한 영양소를 지닌 고기의 장점은 무시했다”고 발표했고, 북미육류협회(NAMI)는 “특정 결과를 내려고 자료를 곡해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육가공협회도 “한국의 가공육 섭취량은 WHO 발표 수치에 비해 적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 불안이 커짐에 따라 가공육과 붉은 고기에 대한 섭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9일 “가공육과 붉은 고기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위해 정도를 평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식생활 안전을 위해 섭취 현황을 조사ㆍ평가해 적절한 섭취법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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