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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자율주행차 시대가 온다면…

입력
2015.10.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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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부터 수도권 일부 도로에서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차량을 조작하지 않아도 각종 센서와 고성능 위치추적장치(GPS)시스템 등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말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모두가 예측할 수 있듯이 교통사고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하루 3천명, 연평균 120~130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90% 이상의 원인은 운전자의 부주의 때문이다. 만약 운전자가 운전을 하지 않는 대신 안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통해 도로를 달리게 된다면 부주의로 인한 이런 막대한 사망자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이용사례. EU무인차위원회
자율주행자동차 이용사례. EU무인차위원회

두 번째 이유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진화발전의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00년 동안 자동차는 탑승공간이 있고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 네 개의 바퀴를 조종해 이동한다는 개념에서 한 발자국도 진보하지 못했다. 이제는 이런 패러다임을 벗어난 새로운 제품이 나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스마트폰이 나와서 기존 피처폰 시장을 완전히 바꾸었듯이, 자동차에 그런 수준의 혁신이 있다면 자율주행자동차가 가장 커다란 매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은 주변 환경을 인식해 위험을 판단, 주행경로를 계획해 스스로 안전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래 전부터 연구해왔지만 그 동안은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왔는데,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실험을 계기로 본격적인 양산준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현재 구글 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기술확보 및 상용화에 주력을 하고 있어서 2020년 전후에는 여러 업체의 여러 모델들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던 법규도 미국의 여러 주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그렇다면,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발 현황은 어떤 상황일까? 아우디에서 올해 CES에서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가스까지 약 900km를 자율주행에 성공한 A7 모델을 선보였다. BMW도 15,000km 넘는 거리의 자율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의 경우에는 스웨덴 정부와의 협업이 돋보이는데, 이들은 2017년까지 100대의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Drive me’라는 프로젝트를 정부의 협력 하에 진행 중이다. 그 밖에 GM, 포드, 도요타, 닛산, 현대 등 거의 모든 완성 차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경향은 컨티넨탈, 보쉬 등 자동차 부품업체도 이 시장에 진출하려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최근 크게 약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 자동차, 심지어는 바이두, 소니, 우버와 같이 기존에 자동차 시장과 큰 관련이 없었던 기업들까지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대상은 테슬라다. 이미 최근 기존의 모델 S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만 내면 운전자 조작 없이 고속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하였는데, 벌써부터 많은 자율주행 경험기들이 SNS에 올라오는 등 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테슬라는 2018년에는 완전 무인자동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고속도로 무인주행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테슬라 모델 S
최근 고속도로 무인주행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테슬라 모델 S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가장 주목을 끄는 자율주행자동차는 구글에서 만들고 있는 구글카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는 2007년 다르파 어번 챌린지(DARPA Urban Challenge, LA교외 구 공군기지에 만든 가상 시가지를 달리는 대회)에서 처음으로 6팀이 완주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미군의 연구 프로젝트 성격의 챌린지였던 이 대회에서 완주한 팀의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연구진을 전원 구글이 고용하고 2009년부터 실험에 들어가 그 기술력을 다듬기 시작했는데, 2012년 처음으로 네바다주에서 제한적이나마 자율주행 허가를 받아서 공식적인 실험에 들어갔고, 2013년부터는 캘리포니아 주의 공공도로에서도 실험을 진행해서 지금까지 수십 만km의 주행을 무리없이 진행하면서 그 안전성과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현재는 미국 네바다, 캘리포니아 외에도 플로리다, 워싱턴, 미시건, 테네시 주에서 자율주행차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으며, 15개 주에서도 관련 법안이 심사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자율주행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지역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보급이 확대되면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맥킨지는 자율주행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 사람의 실수로 인한 차 사고가 지금보다 9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통사고 건수가 줄어듦에 따라 피해액 역시 1,800~1,900억달러(217조~229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 경우 차량 안에서 운전만 할 필요가 없으므로, 차량 내부에서 다양한 스마트 기기와 연동되고 인터넷과 연결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가 활성화될 것이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오는 2020년쯤 커넥티드 카 관련 상품과 서비스로 인한 수익은 1,520억달러(181조1,3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분별로 살펴보면 운전자 조력 시스템과 안전 관리에서 가장 많은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와 웰빙, 의료 부문 앱 개발자들도 쏠쏠한 재미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25%의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차내 광고를 허용할 것이란 예상도 있어 광고 비즈니스도 가능할 것이다.

자동차는 비싸게 사지만 대부분 집과 회사 등에 세워둔다. 운전자 외엔 빈 공간을 실어 나르고, 비슷한 시간에 세워놓고, 비슷한 시간에 이용하니 언제나 동시에 주차된 차와 동시에 이동하는 차들로 붐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모든 게 달라진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이용하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우리를 원하는 장소에서 픽업하고 내려놓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자동차를 소유할 이유가 없어진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으니 주차장도, 정비소도, 보험도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면 현재 자동차의 90% 이상이 불필요해진다고 한다. 그러면 택시기사, 자동차 딜러, 자동차 정비사, 주차장 관리인은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들의 미래는 어떨까? 이처럼 자율주행자동차는 자동차의 미래에 있어 정말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변화다. 물론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이런 변화의 방향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가는 쪽에 서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는 훨씬 나은 선택이다. 미래는 언제나 미리 준비하는 자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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