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섭이란 시인이 있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건 이미 고인이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 4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향년 26세. 사후에 유고시집이 나왔다. 제목은 ‘분홍색 흐느낌’. 출간 직후 읽었었고, 2년 전 그의 죽음을 다룬 연극에 출연하게 된 계기로 한 번 더 읽었다. 생전에 안면은 없었다. 연극을 하면서도 느꼈었는데, 살아있었다면 이래저래 알게 돼서 술잔 몇 번 기울였을 것도 같다. 시집을 갖고 있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선물했던 적은 있다. 슬슬 잊고 있던 참인데 얼마 전, 수업 듣는 학생이 그 시집 얘길 했다. 서점에서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출판사에 전화했더니 재고가 한 권도 없다고 하더란다. 별수 없어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보곤 제본을 떴단다. 여러 권 복사해서 지인들에게 돌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생각날 때마다 출판사에 전화해 다시 찍어달라고 압력(?)을 넣는다나. 잘하는 일이라고 은근 부추겼었다. 저작권이나 여타 문제가 있는지 나로선 알 수 없다. 그래도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조차 방치하고 있는 거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시인의 죽음에 후광을 입혀 얼토당토않은 신화로 치장하는 것도 마뜩잖지만, 죽은 시인의 유일한 육성을 임의로 폐기처분을 하는 것도 도리는 아니라고 본다. 책이 안 팔릴 것 같아서? 만약 그래서라면 이해하고 싶지 않다. 똥으로 된장을 담그겠다는 소리로밖에 안 들리니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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