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한화에 넘기는 ‘빅딜’을 성사시켰던 삼성은 이로써 화학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30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삼성SDI 등도 같은 시간 이사회를 열어 지분 매각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이 인수하는 지분은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의 90%, 삼성정밀화학 31.23%, 삼성BP화학 49% 등으로, 거래가격은 3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화학 계열사를 모두 매각하는 것은 전자와 바이오 등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온 이재용 삼성 부회장 체제의 완성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빅딜’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에 매각되는 삼성정밀화학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1964년 직접 설립한 한국비료가 모태로, 그룹의 ‘맏형’ 기업 중 하나다.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병철 회장은 한국비료를 세우며 “삼성이 사업보국이라는 기업 이념을 실현한 것에 대해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며 애정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1966년 터진 사카린 밀수 사건 때문에 이병철 회장은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해야 했고, 20여년이 흐른 1994년 아들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다시 인수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정밀화학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건축산업용 첨가제, 의약품 코팅용제, 2차 전지 소재 등을 생산하며 순항했으나 최근 수년간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성장이 정체됐었다. 그룹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기업임에도 비주력 부문이라는 이유로 과감하게 정리한 것은 “돈되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 노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 제일모직 케미칼 부문,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석유화학 등 6곳에서 화학사업을 벌였던 삼성은 제일모직을 시작으로 정리 작업을 벌여왔다. 화학산업을 직접 육성하는 것보다 글로벌 업체와 협업하는 것이 유리하고, 화학 사업의 특성상 투자 후 회수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제일모직 케미칼 부문을 삼성SDI에 넘긴 데 이어 6월에는 삼성석유화학을 삼성종합화학에 합병했고, 11월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한화에 넘겼다.
삼성은 이번 빅딜로 방산에 이어 화학부문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그룹 구조를 전자, 금융의 양대 축과 건설ㆍ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단순화하게 됐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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