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의 ‘구호’ 브랜드를 만든 정구호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겸 부사장으로 영입한 휠라가 다시 태어난다.
정구호 부사장과 김진면 휠라 사장은 29일 서울 강서구 한일물류센터에서 ‘휠라 리뉴얼 프리젠테이션’을 갖고 내년부터 변화될 새 제품과 매장 콘셉트를 포함한 리뉴얼 계획을 공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하고 국내 스포츠업계 3위권에 재진입하겠다는 게 목표다.
우선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비한다. 이번 리뉴얼을 총괄한 정 부사장은 “그 동안 모호하게 흩어져 있던 콘셉트를 스포츠가 핵심인 ‘퍼포먼스’에 집중해 3개 라인으로 정리하고 기존 휠라의 브랜드 전통성을 보여주는 제품은 ‘휠라 오리지날레’ 브랜드로 새로 론칭한다”고 말했다. 전체 제품군을 트랙퍼포먼스(러닝, 워킹, 트레이닝 등 일반 트랙 스포츠용), 피트니스 퍼포먼스(요가·필라테스용으로 패션성이 강화된 인도어 스포츠용), 하이브리드 퍼포먼스(선수·전문가용) 등 3개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매출에 도움이 되더라도 브랜드 정체성에 맞지 않는 캐주얼한 스웨터나 팬츠, 액세서리 가방 등은 과감하게 정리한다.
휠라의 브랜드 유산을 잇게 될 휠라 오리지날레는 기존 유통망이나 휠라 매장이 아닌 주요 백화점 등에만 들어가는 특화상품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정 부사장은 “휠라 오리지날레는 매장을 조립식으로 지어 매달 이번 달은 인천, 다음 달은 일본 이런 식으로 문을 여는 노마드 매장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휠라 오리지날레는 데님이나 배기 팬츠, 오버사이즈 티셔츠 등도 선보인다.
정 부사장은 휠라 고유의 자산은 유지하면서 젊은 감각의 디자인을 덧입히는 데 중점을 뒀다. 1911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휠라는 이미지가 노화하면서 과거에 비해 젊은층의 외면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정 부사장은 “패션브랜드는 10년 주기로 노화하는데 휠라 역시 이제는 새롭게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었다”며 “기존 휠라의 주타겟층이 30대 중후반부터 4,50대였다면 이제는 20대와 30대로 낮췄다”고 말했다. 이번 리뉴얼은 국내에 휠라가 들어온 지 23년 만에 단행한 것이다.
휠라의 상징이었던 3가지 색(흰색ㆍ남색ㆍ빨간색)을 활용했던 매장 인테리어와 로고도 바꾼다. 천연 우드와 크리스탈, 아크릴 소재로 매장을 구성하고, 로고도 남색 계열로 바꿔 세련된 감각을 살리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100년의 유산을 버리지는 않았다. 정 부사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보면 거의 100년 이상의 유산을 가진 브랜드가 명품으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도 고유의 헤리티지를 만들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며 “휠라는 이미 그 뿌리가 뚜렷하기 때문에 새로운 감각으로 요즘 사람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에 포커스를 두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머물러 있지 않은 휠라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휠라코리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김 사장을 영입하고 CD라는 자리를 처음 만들어 정 부사장을 발탁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김 사장은 제일모직에서 함께 손발을 맞췄던 정 부사장을 10번이나 찾아가 설득해 데려왔다고 한다. 그는 “과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형제간 다툼으로 거꾸러졌을 때 데졸레 회장이 디자이너 탐 포드를 영입해 다시 부활시켰다”며 “정구호라는 훌륭한 CD를 모셔왔으니 다시 한번 휠라를 재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1992년 국내 론칭한 휠라코리아는 2007년 휠라 본사를 인수해 현재 70여개 나라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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