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3명 살인 고의 없었다" 판단
유가족 "주범 10년 감형 되돌려야"
대법원이 ‘윤 일병 사망사건’ 주범인 이모(27) 병장에 대해서만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이 병장과 함께 기소된 동료 병사들은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병장 등 4명에게 징역 12~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병장과 달리 하모(23) 병장 등 3명에 대해선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 병장 등 3명은 이 병장의 적극적ㆍ소극적인 지시 및 권유에 따라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고, 폭행의 정도나 횟수도 훨씬 덜했다”며 “윤 일병이 쓰러지자 구타를 멈추고 이 병장을 제지하는가 하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없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병장 등에게 적용된 폭력행위처벌법 제3조 1항을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위헌 결정한 사실을 들며, 이 조항으로 유죄 판결된 부분에 대해서 재심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형법상 폭행ㆍ협박ㆍ재물손괴죄를 범한 사람을 가중처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61)씨는 선고 직후 “이 병장의 살인죄를 인정한 데 대해 감사하다”면서도 “2심서 감형된 10년을 되돌리고 싶다. 이 병장은 이 세상에 발을 들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일병의 유족들은 대법원의 선고 내용이 주범인 이 병장의 살인죄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 잠시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병장 등은 지난해 윤 일병에게 가래침을 핥게 하고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고 수십차례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 이 병장과 하 병장에게 각각 징역 45년과 징역 30년을, 이 상병과 지 상병에겐 징역 25년씩을 선고했다.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이들 모두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살인죄를 적용하면서도, 이 병장에 대해 “교화ㆍ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징역 35년으로 감형했다. 하 병장 등 3명도 징역 12년으로 1심보다 가벼운 형을 받았다.
한편 군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이 병장은 올해 2월부터 약 6개월에 걸쳐 동료 재소자를 상대로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군 검찰에 의해 추가 기소된 상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전체적으로 수긍하지만, 하 병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은 매우 유감”이라며 “군 교도소에 복역중인 이 병장이 다른 재소자를 성추행했다는 보도 또한 유가족에게 고통이었다. 파기환송심이 신속하게 이뤄져서 유가족의 원한을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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